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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데일리가 주요 증권사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여부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최소한 하반기까지는 지금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수요 못 따라오는 공급..“가격 내려갈 이유가 없다”
슈퍼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근거는 ‘공급’ 요인이 크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에서 수요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공급이 확대될 여지가 부족해 반도체 호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수급에 여유가 없어 상반기에 오른 가격에서 크게 변동될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세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당분간 공급이 더 타이트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매각작업 지연으로 낸드 2위 업체인 도시바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가 설비투자(CAPEX)를 하지 못하면서 낸드 공급이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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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 PC와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낸드 수요가 늘면 출하량이 증가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상반기에 낸드 가격이 많이 상승했는데 이 상태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출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SK하이닉스,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낫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상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기업들이 3차원(3D) 적층 방식의 낸드 제품의 생산을 늘리면서 기존 방식인 2차원(2D) 방식 제품의 공급이 줄어드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 D램 시장도 호황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4월 PC용 D램의 고정가격이 10% 이상 상승한 점을 들어 “주요 기업들이 차세대 미세공정기술로 양산을 시작하면서 D램 공급이 시장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도입 초기여서 수율이 아직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돼 PC용 D램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연구원은 “반도체 주요 기업들의 투자가 3D 낸드 쪽에 치우쳐 있어 (공급 감소에 따른)D램의 호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전망은 신중..‘아이폰· PC 시장’이 변수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불안 요인은 감지된다.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인텔이 10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PC용 신규 CPU를 발표하려다 연기한 것은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출시된 주요 스마트폰들이 직전 제품과 비교했을 때 메모리 탑재 용량이 크게 늘지 않았던 점도 불안요인”이라고 부연했다.
노근창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 신제품의 출시 연기 가능성이 있어 낸드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 낸드 물량의 20%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출시가 지연되면 반도체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권성률 연구원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전망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신중한 편이다. 이승우·이재윤 연구원은 “올해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근창 연구원은 “AI 같은 특정 트리거(중요한 요인)가 발생하면 수요를 흡수해버릴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