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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즐겁게 작업한 만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하하하.” 녹음작업을 마친 타이틀곡 음원을 냅다 들려준다. 명확한 발음, 폭발적인 창법, 그리고 풍부한 감성. 자화자찬할만하다. “어때요?” “너무 좋죠?” 자신감이 넘쳤고, 눈빛은 반짝거렸다.
24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서른한 살 동갑내기 테너인 백인태·유슬기(31)는 어린 아이들처럼 들떠있었다. 두 사람은 “후회하지 않으려 혼신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데뷔 앨범에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을 고스란히 녹여내려 했다. 만족할 때까지 수십 차례 노래했다”며 “팬들에게 공개할 순간만 생각하면 벅차다. 기대해달라”고 웃었다.
JTBC 클래식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로 일약스타덤에 오른 백인태·유슬기. 오는 5월 15일께 발표 예정인 듀엣 데뷔음반을 들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팀명을 ‘듀에토’(Duetto)로 결정하고 출격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팬텀싱어 출신 중 가장 먼저 신곡을 발표하는 셈이 됐어요”(유슬기). “사중창단 ‘인기현상 팀’(백인태·유슬기·바리톤 박상돈·가수 곽동현)에서 단 둘만의 첫 출발이기도 하구요. 우리의 음악 세계를 항해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백인태).
△무명 음악인서 팬텀싱어로 등용문
어디 있다 이제 나왔을까. 지난 1월 종영한 ‘팬텀싱어’에서 당시 노래하는 두 사람의 동영상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거침없이 내지르는 시원한 고음과 무게감 있는 저음, 변화무쌍한 표정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이 경연에서 2위(인기현상 팀)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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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한양대 성악과 출신이다. 11년간 함께 음악의 길을 걸어왔다. ‘팬텀싱어’ 출연 전까지 국내 음악계에서 낯설었던 이유는 뭘까. 백인태는 “소위 엘리트코스를 밟지 못했다. 설 무대가 없더라. 새벽시장에서 일도 해봤지만 주위만 맴돌 게 되더라. 이렇게는 행복할 것 같지 않더라. 5년 간 음악계를 떠나 있었다”고 했다.
백인태를 다시 끌어낸 건 단연 ‘유슬기’였다. “‘팬텀싱어’ 제작 소식을 듣자마자 인태에게 달려갔죠. 마지막으로 나랑 같이 노래 한 번 하자고요. 사실 잘 안 맞았으면 제안도 안했을 겁니다. 하하”(유슬기).
백인태는 중학교 3학년 가곡시험 때 음악 선생 덕분에 음악가의 길을 택했다. “집중력이 높은 편이 아닌데 숨 쉬는 부분을 체크해 곧잘 불렀다. 전학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어머니를 모셔오라더라. 꼭 성악을 시켜야 한다고 엄마를 설득했다”(백인태). 유슬기는 음악가 집안이다. 부모님은 클래식 마니아, 친형은 음대를 나왔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바이올린은 물론 가곡·오페라를 읊고 다녔단다.
백인태는 “운명일까. 재수도 같이 했고, 대학도 함께 나왔다. 서로의 장단점은 꿰뚫고 있다. 창과 창의 대결이랄까.날카로운 창끝과 창끝이 부딪히며 색다른 음악색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런 점을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더라”고 웃었다.
△왜 연예기획사인가…둘만의 노래하고파
백인태와 유슬기의 케미는 이미 수차례 입증된 바 있다. 기세를 몰아 두 사람은 지난 달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왜 클래식기획사가 아니고 연예인매니지먼트를 택했냐고 묻는 이들이 있어요. 우리는 둘만의 곡을 부르고 싶었거든요. 오페라 아리아나 번안 곡은 언제나 부를 수 있지만 한국어로 된 직접 만든 우리 노래를 부르는 게 꿈이었죠.”(백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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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음반에는 4~5곡이 실릴 예정이다. 이중 영화 ‘어바웃타임’ ost 곡은 ‘팬텀싱어’ 팬을 향한 헌정곡이란다. 타이틀곡은 ‘그리움 끝에’다. ‘썸’의 작사가 민연재가 노랫말을 쓰고 최성일이 작곡했다. “직접 노랫말을 쓰고 싶어 긁적였는데 결국 채택이 안됐어요. 다음번에 작곡이든 작사든 참여하려고 합니다. 하하”(유슬기). “작업자 모두 새 장르를 개척하는 사명감으로 심혈을 기울였고 그만큼 즐거웠어요”(백인태).
△격은 있되 벽은 없앨 것…“함께 가자”
‘팬텀싱어’ 출연 이후 많은 팬이 생겼다. 10대부터 중장년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다. 그래도 바뀐 게 없단다. “우리는 그대로예요. 더 노력해야죠. 팬들도 떠날 수도 있고 모두 내 탓인 겁니다. 대중에 더 어떻게 다가갈지 연구하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야겠다고 생각해요”(백인태).
듀에토의 꿈은 아시아 대표 크로스오버그룹이다. K팝이 전 세계를 강타했듯 K팝페라를 널리 알리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포부다. “격은 있되 벽을 없애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예요. 이제 첫 발을 디딘 셈이죠. 어디로 튀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방향성은 그래요. 아 또 클래식 차트뿐 아니라 종합차트 톱 100안에 꼭 들고 싶어요. 카페에서 우리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벅찰 거예요”(유슬기).
서로에게 한 마디씩 부탁하자 백인태는 “친구이자 동료에서 이제 같은 그룹이 됐구나. 지금처럼 굳건하게 우리 음악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유슬기도 한마디 건넨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아시아의 크로스오버 듀에토가 되는 날까지 인태야 함께 하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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