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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이 건강과 신체발달을 위해 모유수유를 추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아동기금(유니세프)은 출생 후 6개월까지는 완모를 권장한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모 실천율은 18.3%로 해외 138개 국가 평균인 3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프라, 워킹맘의 증가, 공개된 장소에서의 모유수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한 결과다. 엄마가 아이에게 젓 먹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 “모유량 부족해도 포기 말아야”
모유 수유를 결심한 산모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걸림돌이 모유량 문제다. 보사연이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산모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산모들은 모유수유가 쉽지 않은 이유로 ‘모유량이 충분하지 않아서(5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유방 통증, 젖몸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는 법이다. 시중에는 모유 촉진 제품과 각종 서비스들이 범람한다. 효과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모유촉진차는 30포 기준 약 2만~8만원, 모유마사지는 1회 기준 6만~30만원선이다.
전문가들은 모유 수유에 앞서 제대로 된 수유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세 교정 등 간단한 정보 제공만으로 산모들이 모유수유로 인한 고충 중 상당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보사연에 따르면 모유 수유에 대한 교육 및 강의를 들어본 산모는 3명 중 1명(36.2%)에 불과했다. 특히 모유수유에 대한 정보원으로는 주변 사람(33.6%)이 병원(32.3%)보다 많다. 인터넷(21.2%)도 비중이 높다.
박노준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모유 배출량이 적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것”이라며 “아이가 젖을 물면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나와 수유를 더욱 원활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최은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 전 모유수유 교육은 효과가 크다”며 “모유 수유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실제 교육을 통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받으면 잘 해결해나가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 수유실도 없이 모유수유만 독려
모유는 분유보다 소화가 빨라 수유 횟수가 더 빈번하다. 아울러 아이에게 직접 수유하지 않더라도 3~4시간에 한 번씩은 모유를 짜내야 한다. 모유 수유 기간 내에 엄마들의 이동과 활동에는 큰 제약이 따른다.
보사연 조사에서 산모들은 모유수유 확대를 위해 ‘직장 등 공공장소의 수유실 설치’(30.1%)가 가장 절실하다고 답했다. ‘어디서든 수유 가능하도록 인식개선’을 꼽은 산모들도 17.5%나 됐다.
김민정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팀장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모유수유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차원의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 시설에서는 수유실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60.8% 수준인 모유수유 실천율을 2020년까지 66.8%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장내 모유 수유실 설치를 지원하고 우수 사업장을 선발해 시상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지원과 독려만으로는 모유수유는 온전히 엄마들의 부담으로 남을 수 밖 없다는 지적이다.
현정희 전국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 서울지부장은 “모유수유를 가로막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75조에 따르면 생후 1년 미만 아이를 가진 여성은 하루 두 번씩 30분 이상의 유급 수유시간을 가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유명무실하다. 현 지부장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하면서도 모유 수유권을 아이와 엄마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보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