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SK그룹, M&A 재시동…KCC도 다크호스 부상

신상건 기자I 2016.11.01 06:40:00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인수·합병(M&A)시장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대기업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도 움츠러들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M&A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롯데·CJ, 불확실성 걷힌후 M&A 잰걸음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가운데 최근 M&A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재계 순위 5위의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4개월 넘게 진행된 검찰수사가 일단락되면서 그동안 중단했던 계획들을 하나둘씩 재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선 지난 19일 호텔롯데가 보바스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롯데그룹은 의료산업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 지난 5월 중단됐던 물류업체인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는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8개 계열사가 이사회를 열어 지분 취득을 이미 결정한 상태다. 롯데는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71%를 확보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파키스탄의 펩시콜라 보틀링 기업 인수도 추진 중이며 1000억원 안팎 규모의 중소형 면세점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또 호텔롯데와 롯데정보통신 등의 기업공개(IPO) 작업도 다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혁신안을 통해 향후 5년간 40조원의 투자를 공언했다”며 “업계에서는 롯데가 물류와 석유화학 등 M&A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순위 15위인 CJ도 회장 사면복권 이후 M&A시장에서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올들어 국내보다 해외 기업 M&A를 주로 타진하고 있다. CJ는 지난 3월 중국 기능성 아미노산업체인 하이더를 360억원에 품에 안았다. 이후 중국 물류합작사 스피덱스 지분 50%를 811억원에 인수했고 터키 최대 영화관 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도 7911억원에 인수했다. CJ는 한국 맥도날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발을 뺐고 CJ헬로비전은 M&A를 통해 몸집을 키울 예정이다.

◇SK에 이어 KCC도 다크호스로 `급부상`

재계순위 3위인 SK도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는 SK네트웍스를 통해 생활가전업체인 동양매직을 6100억원에 인수했다. SK는 또 대성산업가스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컨소시엄과 대성합동지주가 대성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대성산업가스를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는 SK하이닉스와 SK머티리얼즈를 계열사로 둔 만큼 대성산업가스 인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긴 했지만 보안업체인 ADT캡스 관련 인수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재계 순위 30위인 KCC도 시장내 다크호스로 꼽힌다. KCC는 자동차 전장부품과 세라믹을 생산하는 업체인 쌍용머티리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KCC는 자동차용 도료와 판유리를 생산하는 만큼 쌍용머티리얼 인수를 통해 자동차 관련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KCC는 삼성물산 주택사업(레미안)의 유력한 인수자로도 거론됐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인 이유는 국내 경기 둔화 지속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8%에 그치는 등 경제 성장세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2.7%)과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2%), 현대경제연구원(2.5%) 등은 한은보다 더 낮은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현재 사업구조로는 정체될 수 밖에 없어서 지배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며 “이에 따라 안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자르고 잘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등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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