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박근혜정부의 임기가 1년 10개월 남은 가운데, 야당대표들을 중심으로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20대 국회에서 개헌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이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말하며 여당 내에서 개헌은 금기어(禁忌語)로 지정됐고 야당에서도 힘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4·13 총선 결과 어느 한 정당도 과반의석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특정 정당의 ‘독주’로는 법 하나도 통과되기 어려워졌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의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한 5년 단임 대통령제·소선거구제 승자독식· 단순대표제’를 특징으로 하는 이른바 ‘87년 체제’는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4년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며 적절한 시기로 20대 국회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야인(野人) 신분이던 김 대표는 “87년 헌법 체제하에서 지금 5년 단임의 대통령을 근 30년 가까이 체험하게 되는데 대통령의 지나친 과욕과 그런 고난 때문에 제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 개헌에 대한 논의를 해봐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차기 총선이 2016년에 할 거 아니냐”며 “(그러면) 대통령 임기가 한 1년 몇 개월밖에 안 남으니까 그때 가서 하는 것이 적기가 되지 않나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이 끝난 지금이 바로 김 대표가 지목한 ‘적기’에 해당하는 셈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에서도 “4년 중임제로 개헌해 봐야 별로 나라에 도움이 안 될 듯 하다”며 “이왕 정치발전을 생각한다면 내각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내각제 권력구도가 좋다. 현실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제20대 국회에서 제3당이 된다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안 대표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헌법학자들은 헌법 67조 2항(동점자 규정)을 들어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조항은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민주(123석)와 국민의당(38석)을 합해 개헌 가능선인 200석을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 여야 의원 15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폭넓게 형성돼 있는 상태다. 더민주 관계자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은 이미 여야 모두 알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에서 차기 주자 간 우열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지금이 개헌의 적기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