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 화질 이어 음질 전쟁

임일곤 기자I 2012.11.11 14:40:44

'스마트폰 보급'..고가 이어폰·헤드폰 시장 꿈틀
국내외 음향업계, 프리미엄 제품경쟁 치열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얼리어답터 김모(34세)씨. 얼마 전 우연하게 하이-파이(Hi-Fi) 오디오로 음악을 들으면서 음질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마치 음의 파도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와 몸을 감싸 안는 듯한 경험을 하면서 ‘보통 귀(?)’가 고급이 되버린 것이다. 고음질의 매력에 빠져버린 김씨는 고가 헤드폰이나 스마트폰 음원을 증폭해주는 휴대형 엠프 등을 사볼까 고민 중이다. 집안에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처럼 길거리에서도 고음질의 음악을 들으려 하는 이들이 점차 늘면서 관련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고가의 헤드폰·이어폰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고가 헤드폰 시장 급격 성장..박태환 헤드폰 등 인기

11일 시장조사 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어폰 ·헤드폰 시장은 매출 기준으로 2년 전보다 25% 증가한 1000억원 규모로 형성됐다. 특히 고가 헤드폰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했는데 지난 2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200%를 기록했다. 매달 헤드폰 전체 판매액 가운데 절반 가량이 고가 제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이어폰·헤드폰 시장이 갑자기 커진 것은 스마트폰 보급과 관련 있다. 스마트폰으로 MP3 음악이나 게임,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고화질과 고음질에 대한 소비자들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쳐폰(일반폰)과 달리 스마트폰에 3.5파이 단자가 기본 제공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에 범용 단자가 기본으로 채택되면서 이어폰과 헤드폰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수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것도 고가 이어폰·헤드폰 수요에 불을 지폈다.

‘박태환 헤드폰’으로 알려진 비트바이일렉트로닉스의 닥터드레 헤드폰.
이를 반영하듯 업계에선 프리미엄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이른바 ‘박태환 헤드폰’으로 유명해진 미국 비트일렉트로닉스사의 ‘닥터드레’. 박 선수가 경기 입장 시 쓰고 나와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치른 이 제품은 미국 힙합 스타 닥터 드레(Dr. Dre)와 음향기기 제조사 몬스터 및 음향 전문업체 비트일렉트로닉스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선 CJ오쇼핑(035760)이 정식 수입한 후 CJ E&M(130960)의 엠넷을 비롯한 CJ 관련 전 채널이 대대적으로 마케팅에 참여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업체인 소울앤미디어그룹은 YG엔터테인먼트, 미국 시그네오와 협력해 소울바이루다크리스라는 프리미엄 기획 제품을 내놓았는데 역시 아이돌 그룹 ‘빅뱅’을 모델로 기용했다. 소니코리아도 고가 헤드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가수 타이거 JK, 윤미래 부부를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대부분 스타 마케팅과 고급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쟁하는 모양새다.

◇삼성·LG도 음향에 공들여..고품질 음장효과 탑재

애플 및 삼성·LG전자 등도 스마트폰 및 MP3 재생기 제조 경험을 살려 음향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LG전자는 스마트폰에 ‘돌비 디지털 플러스’라는 최신 음향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거나 이미 탑재했으며, 소니는 ‘엑스페리아S’에 3D 베이스와 3D 서라운드같은 고품질 음장효과 기능을 넣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가 화질과 칩에 이어 음질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소니코리아가 선보인 프리미엄 헤드폰 ‘MDR-1R’.
다만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는 이어폰·헤드폰 액세서리 시장에 직접 발을 들이기보다 관계사 등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자사 스마트폰에 번들로 넣기 위해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것. 얼마 전 LG전자의 스마트폰 ‘옵티머스G’에 번들로 제공되는 이어폰은 판매가가 1만8000원임에도 불구하고 시중가 10~20만원 상당 제품에 버금가는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낳기도 했다.

소니코리아측 관계자는 “아이폰을 비롯해 대부분 스마트폰의 음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음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며 “과거엔 고가 장비를 실내에 설치해 음악을 들었다면 최근에는 밖에서도 음악을 듣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제품 디자인도 화려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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