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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과 돈 호세, 사랑의 모양이 달랐을뿐”
윤별발레컴퍼니는 발레리노 윤별이 2024년 창단한 민간 발레단이다. 흑립·주립·삿갓·족두리 등 한국 전통 모자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 ‘갓’이 대히트를 치며 공연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발레단으로서는 드물게 ‘퇴근길’(팬들이 공연을 마친 출연자의 퇴근을 지켜보는 것)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렇기에 이들의 차기작에 관심이 컸다.
박소연은 “‘갓’이 스토리 없는 옴니버스 작품이었다면, 이번엔 스토리가 있는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개성이 뚜렷한 무용수들이 있어서 캐릭터가 강한 카르멘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카르멘’을 주목한 건 인물들의 사랑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제 3자가 보면 카르멘은 이 남자, 저 남자와 어울리는 팜므파탈이지만 카르멘 입장에선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랑을 한 것”이라며 “자신의 방식을 강요했던 돈 호세는 카르멘을 죽이고 나서 편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작품은 2막으로 구성했다. 캐릭터에 집중하고 무대는 과감하게 덜어냈다. 클래식한 발레 동작을 기본으로 현대적인 움직임과 스페인이 떠오르는 동작을 넣었다. 박 안무가는 “무대는 미니멀하게 풀고, 인물의 감정을 부각하고 싶었다”면서 “발레를 바탕으로 뉘앙스를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박소연은 ‘카르멘’을, 강경호는 ‘에스카미요’를 연기한다. 이들과 함게 강서연과 윤별이 같은 배역에 더블캐스팅됐다. 이밖에 ‘돈 호세’는 정용재·이은수, ‘주니가’는 김유찬·정성욱이 각각 맡는다. ‘카르멘’에 나오는 인물들이 개성이 강한 만큼, 무용수들도 배역을 잘 살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보탰다. 스타 투우사 ‘에스카미요’를 맡은 강경호는 머리를 만지거나 카르멘을 부르는 거만한 손짓 등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몸짓을 보여준다.
강경호는 “에스카미요는 사랑을 받는 걸 즐기고 자아도취를 숨기지 않는 인물로, 겸손한 한국인 정서와는 다르다”며 “카르멘을 사랑하면서도 카르멘에게 끌려다니지 않으려는 면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작은 늘 설레지만 이번 카르멘은 특히 더 색이 진하다. 요즘 말로 ‘도파민 터지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면서 “제 취향으로는 ‘카르멘’이 ‘갓’보다 훨씬 좋은 작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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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별발레컴퍼니는 무용수들이 직접 안무에 나서는 것을 적극 독려한다는 점에서 다른 발레단과 차이점이 있다. 강경호(O 몬스트럼), 김유찬(디 어스), 이은수(듀엣 인 프렐류드) 등이 안무 창작에 도전했다. 박소연은 “K발레가 콩쿠르를 휩쓸어도 항상 ‘안무가의 부재’가 문제”라며 “어릴 때부터 안무를 경험하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무 경험은 무용수 개인에게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 강경호는 “안무를 짜는 건 힘들지만, 고민하는 내내 재밌다”면서 “이번엔 영화 ‘나는 전설이다’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는데 창작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윤별 형, (박)소연 누나가 함께 고민해주고, 안무를 구현해주는 동료들도 있다”며 “우리나라에 이렇게 할 수 있는 발레단은 없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윤별발레컴퍼니는 ‘카르멘’ 다음 작품도 고민하고 있다. 고전을 재해석하는 ‘클래식 비틀기’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앞서 컴퍼니는 ‘호두까기 인형’을 새롭게 해석한 ‘낫 크래커’를 무대에 올렸다. 박소연은 “‘지젤’을 흔하지 않게 해보고 싶고, ‘낫 크래커’도 전막으로 올려보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발레단이 나아갈 방향으로는 ‘무용수 개개인의 색’을 꼽았다. 박소연은 “창단 초기엔 확신이 없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무용수들이 달라진 것 같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무용수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호는 “누구도 가지 않은, 생각하지 못한 길을 가는 독보적인 컴퍼니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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