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작
1950년대 현실적 리얼리티 주도한 작가
짧은 생애·활동, 단 한번뿐 개인전이지만
''비운''도 못 막은 ''부산미술사''에 낸 붓길
9회째 부산 근대미술가 재조명 기획전에
| 서성찬 ‘정물’(1956), 캔버스에 오일, 65.1×90.9㎝(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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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국전쟁 이후 한국화단에는 화폭에 리얼리티를 입혀내는 두 갈래의 움직임이 있었다. 하나는 서울에서였다. 김환기·유영국·이규상 등이 참여한 신사실파다. 다른 하나는 부산. 서울과 다른 점이라면 리얼리티를 추상으로 해석한 그들과 달리, 현실의 리얼리티 그대로를 담아내려 한 건데, 이를 주도한 이가 작가 서성찬(1906~1958)이다.
부산 영도에서 난 작가는 5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번도 영도를 떠난 적이 없단다. 불현듯 심장마비로 작고할 때조차 영도다리(지금의 영도대교) 위였다니. 비록 짧은 생애와 활동이었지만 작가를 빼놓곤 부산 미술사를 말할 수 없다. 생전 단 한 번밖에 개인전을 열지 못한 비운의 화가가 낸 붓길이었다고 해도 작가에 의해 비로소 부산의 미술은 현대적 관점을 갖게 됐다니 말이다.
특히 정물화는 독보적인데, 놓인 그대로를 묘사하는 데에서 나아가 작가의 시선·관점을 녹여, 정물 그 이면을 뚫어볼 힘을 깔아뒀던 거다. ‘정물’(1956)은 그 대표작이다. 얌전히 놓인 사물을 똑같이 그려낸 정물화에 눈이 길들여 있다면 되레 당황스러울 작품. 튀어나올 듯 꿈틀대는 역동성, 거친 마티에르에 강렬한 색감이 지배한 이 그림이 ‘부산’이란 화풍을 만들었다.
10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기획전 ‘꽃피는 부산항 9’에서 볼 수 있다. 잊혀가는 부산·경남지역 근대미술가를 재조명하는 기획으로 2000년대 초 시작해 올해로 9회째다. 1930년대 부산지역에서 처음으로 양화 동인을 꾸린 ‘춘광회’ 작가(김남배·양달석·우신출)를 비롯해, 한국전쟁 이후 부산미술을 다져냈던 토벽동인(김경·김종식·김윤민·김영교·임호·서성찬)을 비롯해 1970~1980년대 실험미술의 세계를 내보였던 김홍석 등, 이번 전시에도 부산 근대미술가 27인의 귀한 작품을 모아 걸었다.
| 김영덕 ‘까치집’(1980), 캔버스에 오일, 38×38㎝(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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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식 ‘자갈치 근방’(1978), 캔버스에 오일, 38×45.5㎝(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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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 ‘당간’(幢竿), 캔버스에 실밥·오일, 45×53㎝(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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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신출 ‘귀가’(1972), 합판 위에 오일, 40×52.5㎝(사진=미광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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