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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이건 정치 게임이 아니다. (This is not a Washington game.)”
정치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뉴욕 증시가 11일(현지시간) 장 초반만 해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 소식에 강세 출발했다가, 미국 의회의 코로나19 추가 부양책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는 소식에 장 막판 돌연 약세 전환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국민들은) 부양책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8% 하락한 2만7686.91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0% 내린 333.69를 기록했다. S&P 지수가 하락한 것은 8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9% 떨어진 1만782.82를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3거래일 연속 내렸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만 해도 강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추가 부양책을 포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의회 내 부양 조치 타결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본소득세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감세 카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게다가 장 출발 전부터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직접 밝혔다. 3차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러시아 자체적으로 내린 ‘반쪽 승인’인 만큼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회의론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백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긍정론이 나왔다. 이 덕에 유럽 증시는 일제히 2% 이상 급등했다.
때마침 미국의 주요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J&J)은 진전된 소식을 내놓았다. J&J의 벨기에 자회사인 얀센의 백신 책임자인 요한 판호프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백신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내년에 10억회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힘입어 S&P 지수는 지난 2월19일 당시 기록했던 최고점(3386.15)에 근접했다.
돌연 시장을 흔든 건 정치였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 부양책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와 협상을 재개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충격파에 뉴욕 증시는 장 마감 1시간 안팎을 앞두고 갑자기 약세로 돌아섰다.
매코넬 원내대표는 “언론은 현재 여야간 협상 교착 상황을 두고 민주당이 강경한 자세(hardball)를 보이고 있다고 쓸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인들은 고통 받고 있고 죽어가고 있다”고 작심한듯 말했다. 그는 “이건 더이상 정치 게임이 아니라 국가 위기”라고 덧붙였다. 특히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코로나19에 민감한 주요 항공주가 일제히 하락 전환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S&P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정도로 폭등하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조정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