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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내 움츠리고 지냈던 아이들은 겨울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인 저는 겨울이 복이 된다고 말합니다. 준비된 학생에게는 시험이 자기 증명의 기회인 것처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겨울이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요.
제 말의 의미를 궁금하게 여기는 세 아들에게 제가 질문을 합니다. “적도 부근 나라 중에 석유도 나지 않는데 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가 넘는 부자나라는 어디일까?” 아이들은 답을 찾지 못해 끙끙거립니다. 여러분은 혹시 그 답을 아시나요?
일부 산유국을 제외하면 저위도 국가 대부분은 부유하지 않습니다. 이건 우연이 아닙니다.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말이지요. 저위도 지역에는 일년 내내 더위가 계속됩니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반복되지요.
다행히 물이 있는 곳에서는 곡식과 과일이 풍부해서 살기에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고대 문명은 대부분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덜하고 일상이 반복되니 이곳 사람들에게는 변화, 발전하려고 안간힘 쓸 필요가 없습니다. 굶거나 얼어죽을 걱정이 없으니 자연환경이 곧 복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상황도 역전됩니다. 타지역 인류의 지식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때에도 이 지역사람들은 문물을 크게 발전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다수의 국가들이 식민지가 됩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되레 발목을 잡은 거지요.
시선을 돌려 중위도 국가들을 볼까요. 겨울을 대비하지 않으면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겨울을 대비하며 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미래의 안전과 풍요를 위해 오늘의 만족을 지연시키는 삶의 방식을 체득했지요.
비록 고대문명을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이 지역 거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문명을 발전시켰어요. 그 결과 근대 이후 세계무대는 대부분 중위권 지역 사람들 차지였습니다. 추운 겨울이 문명발전의 자극제가 된 겁니다.
그렇다면 산유국이 아닌 저위도 부자국가인 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또한 환경 측면에서 답할 수 있습니다. 대만은 호시탐탐 대만을 합병하려는 중국과 지금도 대치 중입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에 속했던 작은 어촌이었습니다.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할 당시 총리가 TV에 출연해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금도 아랍국가들에 둘러 쌓여서 늘 전시에 준하는 긴장감을 느끼면 삽니다. 세 나라에 혹독한 겨울은 없지만 겨울 만큼이나 냉혹한 군사,외교 환경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이 각성했고 그 결과 지금의 풍요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팍팍한 기후와 군사,외교 환경이 각성과 발전의 기폭제가 된다는 사실은 자녀교육에 큰 시사점을 줍니다. 부모가 재산을 넉넉히 물려주면 자녀는 편히 살까요? 단기적으로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힘겹게 돈 버는 경험이 없이 자란 자녀는 노동의 가치를 배우지 못합니다.
넉넉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과 교감하는 능력도 자라지 않고요. 재벌 2,3세들의 갑질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서민의 자녀로 태어난 것이 복일까요? 꼭 그런 것도 아닐 겁니다. 자칫하면 만성적인 자신감 부족과 변명하는 태도를 갖게 될 수도 있지요.
결국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환경은 거들 뿐, 우리의 미래는 우리 노력의 결과라는 걸. 저는 세 아들의 경제교육에 이점을 꼭 반영합니다. 얼마 전 아들에게 운동화를 사주면서 저는 아들에게 운동화 가격의 절반을 내게 했습니다.
집안일을 거들어 용돈을 벌지 못하면 신발을 살 수 없다고 말하는 셈이지요. 세 아들이 일찌감치 노동의 가치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풍요를 경계하고 부족함에도 감사하는 삶의 태도를 배우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