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칼럼]아시아 주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장순원 기자I 2019.03.02 06:00:00
[스티브 브라이스 SC그룹 글로벌투자전략 수석전략가] 새해 들어 신흥시장 주식이 날아오르고 있다. 연초 이후 중남미와 동유럽 주식시장이 10% 이상 상승하며 미국 등 선진시장 주식보다 좋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뒤처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시아와 그 외 신흥시장간 격차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정황이 늘어나고 있다. 신흥시장에 뒤쳐졌던 아시아 시장이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다음의 세 가지 요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 일부는 이미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해 주춤했던 신흥시장 자산이 회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12월 FOMC에서 찾을 수 있다. 2년 동안 금리를 2%pt 인상했던 연준이 현재의 금융환경을 감안했을 때 금리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국내 경제 활동에 미칠 영향을 점검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 연준의 ‘인내심’은 신흥시장과 아시아 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는 그간 다른 주요 국가들과 달리 미국만이 금리를 인상하며 금리차가 확대됐는데 연준의 인내심을 통해 이 같은 격차가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의 통화정책이 잠시나마 다른 국가들과 동조화되면 지난 해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가 상승분을 일부 반납할 수 있다.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경우 신흥시장의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며 이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이 신흥시장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는 조짐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첫 두 달 이후 신흥시장 주식 시장으로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휴지기가 올해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신흥시장의 자금 유입과 주식 시장 강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자금 유입이 재개되면서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된다면 아시아 시장이 특히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조건이란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몇 달 간, 중국 정부는 국내 경제의 부채를 줄이고 (디레버리징)환경 및 기타 부문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적어도 현재로서는)축소했을 뿐 아니라 정책 방향을 바꿔 경제 성장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점진적인 속도이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체계적인 조치를 통해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중소기업 신용지원 기준 완화, 소득세 및 법인세율 인하, 인프라 프로젝트 비용 조달을 위한 지방 정부의 채권 발행 요건 완화를 단행하는 한편 규제 당국의 승인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중국 정부가 실시했던 투자 위주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비하면 그 강도가 덜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는 향후 몇 달 간 경제 성장이 안정화되고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체계적인 경기 부양 정책은 아시아 주식 시장 중 중국 시장을 선호하는 핵심 근거이다. 또 중국의 역내 주식이 12개월 포워드 (선행)P/E (주가수익비율) 11배 수준인 장기 평균 밸류에이션을 하회하고 있으며 역사적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 역시 아시아 주식 내 중국 주식의 매력이 돋보이는 근거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12개월 포워드 P/E 12배 수준으로 역시 장기 평균을 밑돈다.

중국의 정책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투자 측면에서 중요한 변화다. 과거 중국은 투자 중심의 부양책을 이행했고 이러한 조치는 기타 신흥시장 중 주요 원자재 수출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최근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내수 진작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경기소비재 업종의 투자 매력이 커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거나 완화되기만 하더라도 올해 아시아 주식 시장이 강세를 지속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여기서도 긍정적인 조짐이 보인다. 첫째, 무역 분쟁이 지속되면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미국 정부가 점차 인식하는 모습이다. 4분기 미국 경제 둔화 요인 중 하나로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와 기업 투자심리 저하, 금융 조건 악화에 따른 영향을 들 수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이 12월 변동성을 보이면서 이러한 우려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모두 강대강 관세 전쟁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고 협상을 통한 타결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예를 들어, 양측이 전반적인 무역 불균형과 지적재산권에 대한 논쟁을 분리해서 다루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향후 수 년 동안 미국산 비행기, 자동차, 에너지, 농산물 수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조치는 향후 몇 십 년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불균형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신흥 시장의 위험 자산이 회복세를 지속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경제가 경기 싸이클 후반부에 진입했다. 미국의 고용시장 회복세가 지속됨에 따라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할 수 있고 중국이 부양책을 실시하더라도 높은 부채 수준 때문에 큰 폭의 경제 성장이 어려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논쟁이 고착화될 수 있다.

여전히 산재된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주식, 국공채, 회사채, 금, 기타 대안 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걸친 다각화가 투자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기타 신흥시장의 성과에 뒤쳐졌던 아시아 주식이 올해 그 격차를 따라잡고 글로벌 주식보다 우수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이 상당 부분 조성됐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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