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원 DB금융투자 변호사] 핀테크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 이용액은 2016년 11조8000억원에서 2017년 39조9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일 평균 결제 건수도 2016년 85만9000건에서 2017년에는 212만4000건으로 2.5배 가량 증가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가 처음 출연할 당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주요 카드사와 온라인 쇼핑몰, 인터넷 플랫폼, 이동통신사, 휴대폰 제조사 등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해 30여개 이상의 사업자들이 진출했다. 이들 사업자가 앞다투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시장 선발주자로서 경쟁상 우위를 점하려는 명목이 있다. 한편으로는 간편결제가 당시 핀테크로서 혁신의 아이콘처럼 인식됐기 때문에 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시장 진출에서 나아가 간편결제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진화해 경쟁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많은 결제가맹점을 확보해야 한다.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면 결제가맹점을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결제가맹점이 많으면 다시 이용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의 범용성과 이용자 편익이 중요하다.
이 같은 경쟁 요인 때문인지 2017년 들어서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의 ‘2강’ 구도로 구축되고 카카오페이와 페이코가 그 뒤를 잇게 됐다. 삼성페이는 일반 카드단말기로 결제가 가능해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이면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뛰어났고 네이버페이는 온라인 판매업자를 가맹점으로 확보하고 쇼핑 검색에서부터 구매 결제까지 끊김없는 흐름을 제공하는 강점을 가졌다. 상대적으로 카카오페이는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상 가맹점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판세는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페이에 대해 부당한 ‘지배력의 전이’가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이는 서비스 확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네이버에 대해서는 다른 페이 서비스와 달리 유독 지배력의 전이라는 공격이 있다. 이러한 공격은 네이버페이가 검색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서비스를 확장하는 전략에서 비롯된다.
지배력의 전이로 인정되기 위해선 법리상 남용행위 여부가 문제되는 간편결제 시장 자체에서의 지배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네이버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애꿎은 공격이라는 항변이 가능할 수 있다.
한편 최근 카카오페이는 2018년 거래액 기준으로 1위에 올라섰다. 중국에서 많이 쓰이는 QR코드 결제로 오프라인 가맹점을 대량 확보하면서 다시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게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온라인 간편결제로 인식됐지만 QR코드 결제를 통해 오프라인 간편결제로 확장돼 강점을 얻게 된 것이다.
간편결제 시장은 다시 새로운 경쟁의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제로페이 뿐 아니라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서도 결제금액에 대한 여신을 제공하며 신규로 참여하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처음 시장에 출연할 당시에는 그 자체가 혁신이고 편리한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결제방법의 편이성에 사업자간 차이가 없다.
또한 결제수단으로의 역할만으로는 수익이 적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는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길목에 서 있다. 앞으로는 금융플랫폼으로 이용자에게 편익을 주는 서비스로 진화해야만 경쟁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즉 이용자들이 여유자금을 충전하고 사업자가 이를 융통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경제상 이익을 주고 또 결제금액을 융통해줌으로써 간편결제 서비스는 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규제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간편결제 서비스에 소액의 신용제공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금융플랫폼으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에 이용자들이 충전한 돈을 운용해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한 예가 있다. 우리의 경우 이용자 충전금의 운용을 통한 수익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상 이용자 충전금을 신탁으로 별도 예치해 발생하는 이자 수익에 대해서는 신탁 원본에서 발생하는 과실(果實)로서 이용자들에게 지급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해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이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편익을 제공하길 기대해본다.
☞송태원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6기 △삼성증권 선임변호사 △네이버 변호사 △기업지배구조원 준법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