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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택배전쟁]'실버택배' 없던 일로…'선의가 특혜로' 속타는 CJ

함지현 기자I 2018.04.21 08:00:00

전국 88개 단지서 운영 중…“다산 특혜 아냐”
노인 일자리 창출 위한 사업…부정적 이미지 우려
정부, 논란 계속되자 없던 일로…결국 '원점'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일부 아파트들 지하주차장이 2.3M로 시공돼 택배차량(2.5M)이 들어갈 수 없어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 마찰이 일고 있다. 9일 오후 다산신도시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배송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다산 신도시 ‘택배대란’의 해법으로 떠오르던 실버택배가 결국 무산됐다. 다산 신도시의 실버택배에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불만이 쏟아진 결과다. 국민의 세금이 아니라 입주민들의 관리비로 실버택배 비용을 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 참여 인원이 22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이번 사안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정부부처의 안일한 의사결정과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화를 더욱 키웠다.

실버택배 자체는 부정적 사업이 아니다.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해 온 제도로서 현재 20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실버택배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로 인해 실버택배 자체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씌워질까 실버택배를 운영하는 CJ대한통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다산 신도시 실버택배만을 지원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실버택배는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시행해 온 제도다. 전국 88개 단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버택배 요원은 총 2066명이다.

이들은 택배 한 건당 500원 가량을 받는다. 하루에 3~4시간 근무하며 배송하는 택배 물량은 50~60개 정도다. 여기에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1년에 각 105만원씩 총 210만원을 부담하는 지원금도 별도로 받는다.

즉 나라에서 지원하는 돈은 다산 신도시의 아파트 주민들에게 쓰이는 게 아니라 실버택배원들의 지원금으로 쓰이는 것이다. 시니어 인턴십이나 고령자 친화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산 신도시의 실버택배는 다른 도시의 실버택배와 조건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실버택배는 이 지역에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향후 실버택배 비용을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부담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비용부담 방법 및 내용 등은 향후 택배사 등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실버택배원(사진=CJ대한통운)
실버택배 운용으로 기존 택배기사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혹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반적인 택배기사들은 택배 한 건당 700~800원을 받는다. 실버택배가 있는 지역의 경우 이 비용을 실버택배 요원과 나눠야 하므로 건당 수입은 300원 수준까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물건이 집하되는 터미널에서 실버택배 거점까지만 운송해 짐을 내려놓으면 되므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다른 지역을 더 많이 배송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수입 보존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버택배 거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민회와 택배회사,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시니어클럽 간 협의 과정을 거친다.

일부는 주민회가 택배기사나 영업소에 실버택배 도입 의향을 밝히면 인근 시니어클럽이 실버택배 요원을 공급할 수 있을지를 살핀 후 결정한다. 반대로 시니어클럽에서 주민회 측에 노령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실버택배를 도입하겠다는 제안을 해 이뤄진 사례도 있다.

현재 실버택배는 CJ대한통운에서 주로 운영하지만 다른 택배사와 연계한 곳도 있다. 전국 170개 거점 중 약 20곳은 CJ대한통운 이외에 1~2개 택배회사가 실버택배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은 없다.

실버택배 요원은 해당 아파트 주민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면서 65세 이상, 택배 업무를 할 수 있는 몸 상태를 갖춘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물이나 쌀, 운동기구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품의 배달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전동 카트를 활용해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실버택배는 기업과 사회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국내외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최근 발표한 ‘세상을 바꾸는 혁신기업(Change the World) 50’에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됐으며, 지난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공유가치창출 효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CSV포터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영국 경제 전문지 ‘더 이코노미스트’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기대 수명’을 주제로 한 리포트에서 실버택배 모델을 한국의 대표적 노인 일자리 창출 사례로 소개했다. UN 산하 전문 기구인 UNGC(United Nations Global Compact)에서 발간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사례집에 수록되기도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이 일을 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시행해 왔던 제도”라며 “친숙한 동네 어르신이 배송해주니 안심하고 택배를 받을 수 있고 동네에 노인 일자리가 생김으로써 지역 사회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 호응이 높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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