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의 신용등급이 모두 ‘BBB’급으로 내려앉으며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영업손실 여파가 장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BBB+’인 신용등급이 ‘BBB’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은 모두 ‘BBB+’로 하향됐다. 신용평가 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에 가장 우호적인 신용등급을 부여해왔던 NICE(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용등급전망이다. 이미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로, 신용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등급을 하향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은 ‘하향검토 등급감시대상’으로 정했다. 이는 3~6개월 내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이 ‘BBB’ 또는 그 이하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삼성중공업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실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4900억원, 내년 2400억원의 영업손실을 예고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717억원임을 고려하면 4분기에만 5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이 우려해왔던 고정비 부담 증가가 현실화됐다는 점이 문제다. 4분기 삼성중공업의 고정비 부담은 2800억원에 이른다. 매출이 감소하며 고정비가 늘어나는 것이 조선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이외에도 공사손실충당금 설정 1100억원, 강재단가 인상에 따른 예정원가 증가가 400억원 등으로 예정원가율 조정으로 발생한 손실이 4300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일회성 요인으로 중재절차가 진행 중인 시추설비 공정가치 하락분이 900억원, 4분기 인력구조조정 비용 600억원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처럼 수익 악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그나마 ‘BBB+’ 신용등급을 지킬 수 있는 것은 1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내년 돌아오는 6600억원의 회사채 만기도래를 비롯한 금융권 비용을 감당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단기성차입금은 3조3054억원에 이른다. 현금성자산은 1조1597억원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은 가능하나 그 이후가 문제다. 손실 발생 이후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 하향으로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자금 직접 조달이 쉽지 않은 환경이고, 금융권에서 추가 여신 축소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우선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성사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계열사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하더라도 상당한 금액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가도 문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유상증자의 원활한 진행 여부와 실제 유상증자 대금 유입 규모 등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하며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 감시대상에 등재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이는 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이 약해졌다는 뜻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바로 하향될 수 있다”며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끝나도 손실이 지속되거나 실적이 회복되지 않으면 BBB+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