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해 2250억달러(원화 약 259조9880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해외기업 사냥에 나섰던 차이나머니가 올해에는 이같은 크로스보더 딜(=국경을 초월해 해외기업 상대 인수합병)을 줄이는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겠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해외 유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산(鐘山)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해외 기업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두고 “맹목적이고도 비이성적인 투자”라고 부르며 크로스보더 M&A를 독려하던 정책기조가 바뀌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켰다. 이어 “일부 기업은 그런 해외 M&A 과정에서 이미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도 했고 일부는 오히려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경우도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무분별한 M&A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하루 뒤인 12일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최근 일부 중국기업들의 해외 M&A로부터 어떤 교훈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뒤 “일부 기업들이, 특히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업종 등에서 정부의 해외 투자 원칙이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중국에 득이 되지도 않았고 상대국가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종합할 때 중국 당국은 분명 앞으로 중국기업들의 해외기업 M&A 열풍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투자은행(IB)부문 전문가인 블록 실버스는 “상무부장과 인민은행 총재가 확실히 M&A에 나서는 중국기업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중국측 분위기를 반영이나 하듯 최근 중국기업들의 크로스보더 딜이 하나둘 불발로 돌아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제작하는 딕 클락 프로덕션을 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던 달리안 완다의 딜이 성사 직전에 좌초되고 말았다. 지난해말에도 스타우드호텔과 리조트를 140억달러에 사들이려 했던 중국 최대 안방보험이 전격적으로 인수 입찰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중국 철강업체인 안위신케 신소재도 3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려던 미국 영화 제작사인 볼티지픽쳐스를 포기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계속되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위안화를 해외로 유출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말에는 은행들을 비밀리에 소집해 500만달러 이상을 환전해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 외환당국의 특별승인을 받도록 조치한 바 있다.
다만 IB 관계자들은 중국기업의 해외 M&A 열기가 한풀 꺾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보기술(IT)분야와 같이 선진국 기술을 입수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올해에도 해외기업 인수가 여전히 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종자업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신젠타를 인수하기로 한 켐차이나의 딜 등은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