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자수첩]코스피, 2100 '터치'냐, '안착'이냐

정병묵 기자I 2014.08.21 08:31:13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얼마 전 만난 30대 후반 증권맨은 요새 집값이 제일 고민이라고 했다. 집주인이 33평짜리 집 전세금을 1억원이나 올려달라고 하는데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새 경기도 살아나고 있고 괜찮은 금융상품도 많은데 일단 대출을 받고 투자로 보완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답이 의외였다. “주가가 과연 얼마나 오를까요?”

코스피가 오랫 동안 갇혀 있던 박스권을 탈출해 2100선 돌파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언제 코스피 2100선이 뚫릴 지에 쏠려 있다.

그러나 우리 증시가 과연 현재 건강한 체력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고점을 노리고 있는 지를 따져보면 답은 ‘글쎄’다. 현재 주식시장에 돌고 있는 활기는 아무래도 단기 요법의 힘에 기댄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정책팀이 배당 및 부동산을 중심으로 종합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효과를 보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것의 ‘약발’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러브콜’ 공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이번 박스권 탈출이 특별히 의미를 둘 일이 아니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7월 이후 아시아 주요국의 주가 상승률을 보면 대부분 상승했다. 한국은 3.5%로 중국(6.7%), 홍콩(5.7%), 인도네시아(3.4)에 이어 네 번째다. 한국만 오른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변을 돌아 보면 보통 사람들의 투자심리는 상당히 얼어붙어 있다. 특히 한참 돈을 쓰고 투자를 해야 할 20~30대들은 생활이 팍팍하다 보니 경기 부양이니 2100 돌파니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투자는 커녕 당장 전세금을 올려 주거나 대출금을 갚기에도 빠듯하다.

이번 경기 부양책의 핵심 중 하나인 부동산 활성화를 보자. 부동산 활성화는 결국 집값이 오른다는 뜻이고, 결국 수많은 전세 살이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여력이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한 것 아닌가.

즉, 코스피 2100이라는 숫자를 찍더라도 2100을 ‘터치’하고 다시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불은 일단 성공적으로 지폈다. 우리 증시가 건강한 체력을 가지고 2100과 그 이상을 돌파하기 위해 필요한 땔감이 무엇인지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