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입주한 외국계 상업은행 수만 260여개, 그 종사자는 7만여명(2004년 기준)에 이를 만큼 명실공히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중심지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전세계 해외주식물 거래의 43%, 외환거래의 31%, 해외채권 거래의 70%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런던증시에 상장된 외국 회사는 554개로 뉴욕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오늘이 전성기'라는 런던시장. 지금의 런던이 있기까지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 빅뱅, 그후 20년
20년전(1986년 10월) 단행된 빅뱅은 증권매매수수료율 자유화와 증권업내 딜러와 브로커간 겸업허용, 주식투자보호 강화, 증권거래소 회원가입제한 철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제한적인 증권거래제도를 고치라는 영국 통산성내 공정거래국의 시정요구가 계기가 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면적인 자본시장 개혁없이 런던시장의 지위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이에 따라 영국 증권거래소는 3년간 준비작업을 거쳐 1986년 10월 증권거래수수료율 자율화 및 증권업내 업무칸막이를 없애는 등 증권거래제도를 전면 개혁하게 된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런던 자본시장은 뉴욕에 이어 세계 두번째, 유럽내 최대 자본시장이란 명성을 얻고 있다. 지난 92년 외환위기를 맞아 다시 IMF에 손을 벌리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런던 자본시장은 최근들어 그 명성을 더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 금융산업이 먹여 살린다
빅뱅이후 금융서비스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높아졌다. 영국 금융시장 리서치 및 대외홍보를 맡고 있는 인터내셔널파이낸셜서비스런던(IFSL)의 던컨 맥킨지 이사는 "지난 10년간 급격히 위축된 굴뚝산업을 대신해 금융산업이 경제성장과 교역수지, 세수확보 측면에서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서비스업이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년전 6.5%에서 8.5%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제조업의 비중이 21.7%에서 13.6%로 급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금융서비스 부문의 무역흑자도 70억 파운드에서 190억파운드로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상품교역 부문에서 무역 적자폭은 200억 파운드에서 660억파운드로 심화됐다.
지난해말 영국정부가 금융회사들에게 걷어들인 법인세는 80억 파운드에 달한다. 이는 영국내 총 법인세수의 4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에게 걷는 소득세는 120억 파운드로 전체 납세의 12%를 차지한다. 10년전의 4%에 비해 비중이 세배로 확대됐다.
◇ 헤지펀드는 왜 런던行을 택하나
유럽내 헤지펀드들은 주요 거점으로 왜 런던을 택하고 있을까. 맥킨지 이사는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영국에서는 사흘에 하나꼴로 새로운 헤지펀드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2002년 400개였던 헤지펀드 수는 2005년말 800여개에 달해 유럽 전체 헤지펀드의 79%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내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2002년 610억달러였던 총 자산은 2005년에는 4배를 넘는 2550억달러로 불어났다.
현대 자본시장의 꽃이라는 헤지펀드가 미국에 이어 영국으로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하기 편해서다. 베델크리스틴 법률사무소의 파트너인 마틴 폴은 "런던에는 헤지펀드들이 같이 일할 수 있는 유능한 금융전문인력이 많고, 고객 및 자본시장 접근성이 우수하다"면서 "특히 헤지펀드 업무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법률·회계·컨설팅 전문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영국 자본시장의 발전 규모는 뮤추얼펀드산업의 팽창에서도 두드러진다. 영국내 펀드 자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4조610억 달러로 GDP의 1.78배다. 메릴린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이같은 GDP대비 펀드 자산비율은 미국 2.13배에 이어 2번째다.
◇ 부단한 투자교육 "영국은 달랐다"
영국의 대표적인 자산운용사인 슈로더자산운용의 투자부문 헤드인 앨런 브라운 대표는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분야별로 자질을 갖춘 인재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합리적이고 우호적인 세제와 규제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 한편, 튼튼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은 이 모든 측면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특히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는 추가적인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보호와 소비자 교육을 위한 금융청(FSA)과 금융사간 공조도 활발하다. 브라운 대표는 "TCF이니셔티브(Treating Customers Fairly Initiative)는 금융회사가 비즈니스의 중심에 고객을 위치시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자 FSA가 도입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슈로더를 비롯한 금융사들은 이 프로그램에 기반해 영업 전반적으로 고객에게 더 열려있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 교수는 "영국의 금융시장이 세계2위 자리에 오른 것은 긴 자본주의 역사와 인적 네트워크의 힘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서비스산업은 '신뢰'가 핵심인데 100년이 넘는 자본주의 역사를 지닌 영국의 금융회사들은 촘촘한 인맥을 형성, 그 힘에 바탕해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영국은 굴뚝산업이 사양의 길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금융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 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고령화와 퇴직이후 노후 안정자금 마련이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영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점하고 있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리처드 와스트콧(Richard Wastcoat) 상무는 "영국내 고객층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들의 평균 나이가 10년전 보다 10살 낮아진 51세로 조사됐다"며 "젊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시작함에 따라 평균 투자자 연령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와스트콧 상무는 성숙된 투자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기관이 투자자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서 그들에게 필요한 투자수단이 무엇인지 설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영국정부는 중고등학교 수학과목에 금융투자기법에 필요한 새로운 기능적 수학 요소들을 추가해 교과 과정에 변화를 주었고, 교사전용 TV 채널에서는 금융청(FSA)이 투자교육 일환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존의 프로그램을 보완해 '돈 관련 문제 배우기 (Learning Money Matters)' 시리즈를 방영하고 있다"소개했다.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간 자율의 개혁의지와 금융인력 양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 올바른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기관의 투자자 교육이 오늘의 런던을 있게 한 힘이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글로벌 금융 전장에서 도전자를 뿌리치고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해 런던의 금융가는 오늘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도움주신 분 : 김건민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 소장.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교수. 인터내셔널파이낸셜서비스런던(IFSL).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슈로더자산운용
| * 협찬 :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
|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
| *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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