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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적자 사상 최대..환율전쟁 불붙나

하정민 기자I 2005.04.13 09:36:28
[edaily 하정민기자] 미국의 월간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대(對) 중국 무역적자가 한 달 전보다 67% 급증하는 등 미중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요구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싸고 환율전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안화 절상이 미국 무역적자 감소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요구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뜻을 보여 한동안 수퍼 파워 간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중 무역적자 급증..환율압박 본격화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2월 무역적자가 월간 기준 사상최고치인 61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월 한 달 간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전년동월비 67% 급증한 139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 중국 섬유수입이 전월비 9.8% 늘어난 208억달러로 나타났다. 작년 말 중국 섬유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가 해제된 것이 주 원인이다. 중국의 대미 섬유수출 급증은 앞으로도 미국 무역적자 확대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상무부는 이미 올해 1분기 대미 섬유수출이 전년비 258% 급증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할 때 3월 무역적자 발표 때도 대중 무역적자는 쉽게 줄기 어려울 전망이다. 2월 무역적자 발표 후 미국 의회 관계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대중 압박용 발언을 내놨다. 노스다코타 주 상원의원인 민주당의 브라이언 도건 의원은 "무역적자 급증은 미국 무역정책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이라며 외교적 접근으로는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은 이미 중국이 6개월 안에 위안화를 평가절상을 단행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7.5%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입법화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사상 최고치인 162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섬유 수출쿼터 제한이 철폐된 올해 대중 무역적자는 작년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치권은 40% 정도 저평가된 위안화 때문에 중국이 대미 수출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반감을 표시하며 위안화 절상과 경제제재를 연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中 "미국 자신 문제부터 해결하라" 반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미국 의회의 압박이 부당하다며 발끈하고 있다. 중국은 환율제도를 변경하더라도 미국의 압박에 밀려서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과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며 미국은 내부 요인으로 인한 불균형부터 먼저 해결하라는 불만이다. 국민들은 저축보다 소비에 급급하고, 정부는 해외 빚을 얻어 나라 살림을 꾸려나가는 미국의 경제구조나 먼저 고치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속내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금융연구소의 리 양 소장은 "미국이 환율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오래된 수법"이라며 "1980년대 일본에서 이제 공격대상이 중국으로 바뀐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무역적자의 근본원인은 미국의 낮은 저축률 때문이므로 위안화 평가절상으로는 쌍둥이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 양의 사회과학원 동료인 이 샹롱 연구원은 "중국 근로자들의 월급은 미국 근로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설사 위안화가 100% 평가절상 된다 해도 중국 상품의 가격은 여전히 싸다"며 "위안화 절상이 중국 근로자들의 저임금 구조를 바꿔놓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 국가외환관리국(SAFE) 국장이자 최근 건설은행 행장으로 부임한 궈 수칭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외부의 위안화 평가 절하 요구를 물리침으로써 주변국들을 지원한 사실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위안화 절상은 미국 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들과의 무역상황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중국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환율조정으로는 무역적자 못 줄인다" 분석 대두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환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미국 무역적자를 줄일 수 없다는 비관론이 대두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환율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에서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그 이유다. 실제 2월 한 달간 미국은 일본과 멕시코에 대해서도 각각 6억5000만달러, 7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유럽은 더 심하다. 2월 미국의 대 EU 무역적자는 65억달러로 작년 2월 58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1~2월 두 달간 EU로부터 기록한 무역적자역시 106억달러에서 126억달러로 증가했다. 지난 2002년부터 유로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무려 50% 상승한 바 있다. "달러가치 하락이 무역적자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미국의 주장을 무색케하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달러 약세가 미국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미국이 수출을 늘리려고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부품과 구성 요소들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완제품 수입이 줄어도 완제품에 들어가는 부품과 구성요소들의 수입이 증가하는 이상 무역적자를 줄일 수 없다는 의미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미국 무역적자의 3분의 1은 다국적 기업의 내부거래에 의해 발생한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매킨지는 "멕시코에서 차를 조립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자동차 업체라든가 인도의 콜센터를 이용하는 은행은 분명히 미국 무역적자에 일조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미국 소비자와 기업, 주주들을 위한 막대한 가치를 만들고 있다"며 이를 단순히 경상수지 적자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인사이트의 니겔 골트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조정만으로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 성장속도가 줄어 소비여력이 감소하거나,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의 경제성장이 빨라지는 길 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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