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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집단소송에서도 피해자 구제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기업의 소송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영국 경쟁항소심판소(CAT)가 지난해 11월 선고한 ‘구트만 사건’은 그 실상을 잘 보여준다. 영국에서 철도회사가 승객에게 이중요금을 부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행된 이 집단소송에서 화해 상한액 2500만파운드 가운데 소비자 손에 실제로 돌아간 돈은 21만6725파운드(0.9%)에 그쳤다. 반면 변호사와 소송자금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가 가져간 몫은 1000만파운드를 넘었다.
옵트아웃 제도라도 배상신청 절차를 별도로 두면 실제 수령액이 적을 수 있다. 즉, 옵트아웃은 소송 대상 집단에 자동으로 포함된다는 얘기지, 배상금이 자동 입금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이 소송에서는 소비자들이 실제 청구한 배상액이 크지 않으면서 소송 비용과 관계자 보수가 소비자 실수령액보다 훨씬 커졌다.
2016년에 제기돼 집단 구성원이 4400만명에 달하는 ‘메리크스 사건’ 에서도 올해 9월까지 피해자가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었지만, 소송자금 투자자는 이미 6256만파운드를 챙겨갔다. 이 사건은 영국의 신용카드 수수료 관련 집단소송으로 마스터카드가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통해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취지로 제기됐다. 당초 140억파운드의 손해배상이 청구돼 2024년 2억파운드에 최종 합의가 성사됐지만, 소송자금 투자자와 대표원고가 합의금 배분을 놓고 다투면서 소비자 배상 절차가 지연됐다.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은 승패와 무관하게 확정적으로 빠져나가는데, 정작 피해 구제는 불확실하게만 이뤄지는 셈이다.
집단소송으로 임원 등 인재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호주 의회 합동위원회는 2020년 보고서에서 주주 집단소송 급증으로 임원배상책임보험(D&O) 가입이 어려워지고 보험료가 치솟았으며, 그 여파로 유능한 이사를 영입하고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알리안츠와 로이즈, 신디케이트 세 곳이 호주 임원보험 시장에서 철수했다. 호주 정부가 2020년 5월 상장사의 계속공시 위반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를 넉달간 유예하면서 내세운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기회주의적 집단소송이 두려워 기업이 장래 전망 공시를 꺼리면, 결국 투자자에게 돌아갈 정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특수한 사정이 하나 더 있다. 국내 벤처투자조합(펀드)은 존속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등록되고, 만기가 도래하면 해산해야 한다. 배상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소송에 휘말린 회사는 인수자를 찾기도, 상장 심사를 통과하기도 어려운데 기다리는 사이 펀드 만기가 먼저 닥친다. 특히 소급 조항은 이 시한폭탄을 이미 투자를 마친 기업들에까지 매달아 놓는다. 과거의 경영 행위가 적법했는지 오늘 모두 실사해 확인한다 해도, 소급 조항이 살아 있는 한 소송 청구 가능성은 고스란히 남는다.
고칠 곳이 많다.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안부터 적용하고, 적용 분야를 법에 명확히 한정해 출발하는 것이 우선이다. 쟁점이 진정으로 공통되는지와 집단소송이 다른 구제 수단보다 우월한지를 소송 허가 요건으로 법에 명시해야 한다. 또 소송 비용을 댄 제3자 투자자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그들이 가져갈 보수에는 상한을 둬야 한다. 법 시행 후 피해자가 실제로 얼마를 배상받았는지 사후 평가하는 조항까지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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