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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면서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였다”며 “이로 인해 미국 내 주요 브랜드 및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출 손실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110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이고 강경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합법적인 비자를 받고 체류 중인 일부 유학생들까지 비자를 취소한 뒤 추방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대부분은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 단속을 피해 숨게 되면서 돈을 벌 기회도 돈을 쓸 기회도 줄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로 이미 소비 심리가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 유통업계에 또 다른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히스패닉 시민권 및 인권 단체인 유니도스US의 에릭 로드리게즈는 “체포돼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나 직원이 표적이 될까 우려하며 고용주들이 느끼는 압박은 그들의 가족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불안감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소매 분석기업 서카나에 따르면 히스패닉계 소비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소비를 늘렸던 것과 달리, 지금은 다른 소비자들과 비교해 비필수 품목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에서의 소비 감소가 가장 두드러지며, 이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미국 남부 국경 주(州)에서 특히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카나는 주로 매장 결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업체로, 이 회사의 수석 소매 분석가인 마셜 코헨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단순히 소비량의 변화뿐 아니라, 소비 행태 자체의 변화”라고 말했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는 히스패닉 커뮤니티에서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하며 맥주 부문 매출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이 회사는 모델로, 코로나, 퍼시피코 등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맥주를 생산하며, 히스패닉 소비자들은 전체 맥주 매출의 50%를 차지한다.
콘스텔레이션 브랜즈의 윌리엄 뉴랜드 최고경영자(CEO)는 “히스패닉 커뮤니티 소비자들의 3분의 2는 식료품, 휘발유, 생필품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이 이민 문제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업, 농업 등 육체 노동 중심 산업의 활동이 약화했다는 데이터를 인용하며 “히스패닉 고용 비율이 높은 산업에서 실직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 그 결과 식당, 소비재, 의류, 여행 등 다양한 항목에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약 및 비누 제조업체인 콜게이트-팜올리브의 IR 책임자인 존 포처는 지난달 콘퍼런스에서 “높은 물가에 대한 우려 속에 히스패닉 소비자 수요에 분명히 영향이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매장 방문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은 미 전역의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특히 압박하고 있는데, 히스패닉 가계의 소득은 평균보다 낮다.
시카고의 멕시코계 밀집 지역인 리틀 빌리지에서 주류 매장을 공동 운영하는 마이크 모레노 주니어는 “작년부터 인플레이션으로 (히스패닉계) 가계의 지출이 줄어들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달 동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추방 및 단속 위협이 현실화하며 사업이 급격히 둔화했다. 사람들이 (추방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유통 애널리스트인 시메온 거트만은 “미국 최대 소매 체인인 월마트에서도 올해 초 저소득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지출이 의미 있게 악화했다”며 “히스패닉-라티노 소비자층의 이탈이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훨씬 더 뚜렷하고 심각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