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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위법행위로 법익침해” 이춘재 화성 초등생 살인사건 국가배상 판결

이재은 기자I 2022.11.18 08:27:31

法 “수사기관이 사건 은폐·조작…금전적 보상 필요”
유족 “국가책임 인정됐지만 당사자 경찰이 꼭 사죄해야”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33년 전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연쇄살인범 이춘재에게 살해된 김모(당시 8세)양의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사진=뉴시스)
수원지법 제15민사부(부장판사 이춘근)는 지난 17일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사는 “경찰의 위법 행위로 유족은 피해자인 김양을 애도하고 추모할 권리, 사망 원인에 대해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는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경찰은 김양으로 보이는 유골을 발견했음에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를 은닉했다”며 “피해자가 살해됐을 가능성을 인식했는데도 단순 가출 사건으로 종결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족은 김양의 사망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장기간 고통받았고, 사체도 수습하지 못했다. 이런 피해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하기 어렵다”며 “수사기관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했고 국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훼손돼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김양의 부모에게 각 1억원, 형제에게 2000만의 위자료를 산정했다. 다만 김양의 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숨지면서 위자료 2억 2000만원은 모두 형제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법정 참석했던 김양의 오빠인 김현민(45)씨는 “동생의 소식을 기다린 30년보다 소송 판결까지 2년 8개월을 기다리는 게 더 힘들었다”며 “재판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하긴 했으나, 당사자인 경찰들이 이 사건에 대한 사죄를 꼭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률대리인 이 변호사는 “유족 입장에선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제도가 국가배상 손해배상 판결이었는데, 그 책임이 인정됐다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손해배상 액수 산정은 책임 정도를 나타내는 건데, 전부 인정되지 못한 측면에서는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김양의 부모인 김용복 씨 부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며 지난달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 2억 5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높인 바 있다. 김양의 어머니는 소송 제기 직후 숨졌고, 김양의 아버지는 지난 9월 세상을 떠났다.

앞서 김양은 1989년 7월 7일 오후 1시 10분께 화성군 태안읍에서 학교가 끝난 뒤 집에서 600m 떨어진 곳까지 친구와 오다가 헤어진 뒤 실종됐다. 이 사건은 가출 사건으로 분류됐다가 2019년 이춘재가 “김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고 자백하며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당시 경찰이 고의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보고 사건 담당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30여년 전 경찰이 김용복씨와 김양의 사촌 언니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양의 줄넘기에 대해 질문한 것이 확인됐고, 사건 발생 5개월 뒤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됐는데도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공소시효 만료로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에 유족은 지난 2020년 3월 김양의 사체와 유류품을 발견하고 이를 은닉하는 등 사건을 은폐·조작한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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