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014년 세상을 떠난 고 배춘희 할머니와의 대화다. 저자는 2013년 12월 18일 오후 6시 19분부터 2014년 5월 16일 오전 9시 43분까지 배 할머니와 스무 차례에 걸쳐 나눈 대화를 날짜별로 기록했다. 각 챕터는 사진·운명·보상금·증언·불만 등 각기 다른 키워드로 정리했다.
저자가 배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과 4년 전에 나눈 대화를 책으로 펴낸 이유가 있다. “2020년 5월 세상에 나온 인권운동 활동가 이용수 님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했다. 저자의 말처럼 배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정의기억연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한 지적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얘기하지만, 윤미향, 그거는 얼마나 재미있어. 일본에서 팬들이 돈도 몇십억씩 해서 부쳐주지, 그리고 ‘나눔의 집’은 ‘나눔의 집’대로 할매들 얼굴 팔아가지고, 그래가지고 돈 벌지.” (본문 중)
정의기억연대 문제에 다시 논란을 불지필 이야기다. 그러나 저자는 ‘제국의 위안부’로 겪은 논란 때문인지 “배 할머니의 목소리는 이용수 님의 ‘목소리’와 꼭 같지는 않다”고 선을 긋는다. 또한 “이 책이 그저 반대나 옹호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즉 운동과 정치의 틀에 가두어지는 것이 아니라, 듣는 이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저 차분히 마주하는 ‘또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