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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웅진에너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법정관리 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27일 외부감사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데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도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에너지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태양광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2006년 설립한 태양광 잉곳·웨이퍼 생산업체다. 웅진그룹은 같은 해 태양광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웅진폴리실리콘도 설립했다. 윤 회장은 계열사 2곳을 잇달아 설립하며 태양광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시 태양광이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우후죽순 진출하자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야심차게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사업을 모두 영위하면서 태양광 밸류체인 중 소재 부분에서 경쟁력을 키워갔다.
하지만 불과 몇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웅진그룹 역시 영향을 받았다. kg당 80달러에 달했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불과 몇년새 10달러대로 떨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소재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연계된 태양광 소재들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업체들이 저가 소재로 시장 가격을 혼란시키면서 이에 대한 피해가 국내 업체들로 전가된 탓이다. 생산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계속되자 결국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웅진그룹은 1조원 투자한 웅진폴리실리콘을 눈물을 머금고 청산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웅진에너지는 꿋꿋이 제자리를 지켰다. 법정관리 속에서도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를 매각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꾸준히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사를 확보하면서 자체 기술력 향상에 힘을 쏟았다. ‘다이아몬드 와이어 쏘우’이라는 웨이퍼 절단 기술을 개발해 효율성을 높여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윤 회장도 그룹내 핵심 임원이었던 신광수 부사장을 웅진에너지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의지를 보였다. 당시 윤 회장은 “태양광은 매년 수요가 20%씩 늘어나는 좋은 사업”이라며 지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대표가 취임한 후 웅진에너지는 구미공장을 증설하고 국내 태양광 선두업체인 한화케미칼(009830)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전개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적자를 기록하는 해가 많았고 흑자를 내더라도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다. 과거 잉곳 비중이 높았던 웅진에너지는 전 세계적인 태양광 시장 불황으로 거래처들을 많이 잃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의 득세로 점차 설자리를 잃었다. 최근 웅진에너지가 법정관리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배경이다.
윤 회장이 끝까지 지지했던 그룹내 유일한 태양광 업체 웅진에너지가 법정관리를 밟게 되면서 웅진그룹의 태양광 사업도 존폐위기에 처했다. 웅진그룹은 올해 웅진코웨이를 다시 품으면서 인수금액 조달에 몰두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웅진에너지를 끝까지 끌어안으면서 가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거 웅진폴리실리콘 매각도 6년이나 걸렸던 만큼 태양광 설비는 단순 청산하게 되면 시장에서 크게 가치가 없다. 웅진에너지 역시 당장 청산하는 것보다 법원에서 채권·채무 관계를 조정해 부실채무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이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의 야심찼던 태양광의 꿈이 13년여만에 일단락되는 모양새”라면서 “웅진에너지가 회생하더라도 이를 인수할 수 있는 주체는 많지 않다. 규모로만 따지면 한화케미칼 정도되는 기업들이 인수해 활용할 수 있겠지만 시장 상황상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