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새삼스레 맥시마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매력과 차량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 등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었다. 과연 닛산 맥시마는 어떤 존재일까? 이번에는 서해 바다를 다녀오는 동안 느낀 맥시마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확히는 맥시마라는 플랫폼에 과연 4도어 스포츠카라는 슬로건을 부여했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맥시마가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포지션은 분명 대형 세단이다. 게다가 닛산 푸가(인피니티 Q70의 리배징 모델)이 국내에 판매되지 않는 만큼 플래그십 세단의 몫도 해야 한다.
하나의 그릇에 두 가지, 혹은 세 개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일까?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맥시마는 운동 성능을 위함인지 휠 베이스를 경쟁 모델 대비 짧게 가져가야 했다. 덕분에 운전석에 앉은 이의 만족감을 크게 올라갔지만, 그 외의 탑승자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기자는 사실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을 개발 및 프로젝트 코드로 부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하물며 그 엔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닛산 맥시마의 심장에겐 조금 다른 대우를 해야겠다.
다른 차량이라고 한다면 VQ 엔진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엔진에 부여된 VQ35DE를 똑똑히 쓰고 싶을 정도로 이 엔진이 주는 특별함은 각별하다. 대배기량, 그리고 묵직한 3.5L의 엔진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고 RPM 영역으로 치솟을 때의 그 쾌감, 그 활력, 그 생기는 개발 이후 꾸준한 개량을 이어가는 닛산 엔지니어링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VQ35DE 엔진 말고도 좋은 V6 엔진은 많다. 그리고 맥시마의 303마력보다 더 높은 출력을 내는 차량은 많다. 하지만 엔진이 주는 감성의 영역으로 인해 그 수 많은 엔진 사이에서 이 엔진을 눈 여겨 볼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예전에 찾았던, 그리고 거닐었던 모래사장은 어느새 펜션 단지에 가로 막혀 제대로 살펴 보지도 못하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사이를 지나 모래 사장을 거닐고 싶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라도 해수욕장 끝에 있는 구역으로 방향을 옮겨야 했다.
어쨌든, 신두리 해수욕장의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니 다시 과거의 고요하고 한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차량을 세우고 모래 사장을 조금 거닐다 다시 카메라를 들어 맥시마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맥시마의 체격은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휠베이스로 인해 2열 공간이 경쟁 차량에 비해 조금 좁은 건 사실이지만 충분히 경쟁력은 갖춘 차량이다. 하지만 다른 차량들과 비교한다면 무게를 잡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무게를 잡기 보다는 스포츠카 브랜드, 역동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 ‘닛산’의 감성을 십분 발휘한다.
닛산 고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프론트 그릴, 헤드라이트는 물론이고 과감하게 다듬어진 전면 범퍼는 사실 맥시마의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컴팩트 라인업인 센트라나 미라지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으로 보다 역동적이고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C 필러의 플루팅 루프 디자인 역시 멋스럽다.
VQ 엔진과 이런 디자인 덕분에 맥시마는 달릴 때 가장 매력적이다.
하지만 맥시마의 시트에 앉아서는 스티어링 휠을 찾게 된다. 맥시마의 시트는 상당히 화려한 편이다. 한국닛산이 옵션 조정과 가격 책정에서 신경을 쓴 티가 확실히 드러난다. 이 시트는 일반적인 대형 세단치고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드라이빙 포지션을 스포티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기본적인 시트 포지션도 제법 낮게 구현하고 무게 중심을 낮춘 것은 물론이고 수동 방식이지만 허벅지 받침이 연장되는 점도 이러한 맥락을 이어가며 D-컷 형태로 깎고 그립감을 강조한 구성을 적용한 스티어링 휠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운전자 중심의 센터페시아 구성은 이러한 감성을 더욱 강조한다.
덕분에 ‘아저씨차’보다는 ‘오빠차’라는 말이 어울렸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점을 살펴보면 역시 레이아웃에 있다. 맥시마는 스포츠카라고 말하기엔 어딘가 어색한 두 가지 표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륜구동이고 또 하나는 CVT의 적용이다. 그렇게 매력적인 엔진과 과감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스포츠 성향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는 전륜구동과 효율 때문에 쓰는 걸로 알려진 CVT를 채용하다니!’라는 핀잔을 듣기 딱 좋다.
하지만 막상 스티어링 휠을 쥐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의외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CVT의 스포티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초반 발진 상황에서는 CVT 특유의 반응이 보이지만 한 번 바퀴를 굴리지 시작하면 맹렬히 가속하며 RPM의 상승감이나 변속 시의 토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이는 D-모드로 명명된 가변 변속 모드의 힘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마치 일반 변속기를 다루는 감각을 연출한 덕이다.
덕분에 단순한 가속 상황이 아닌 코너를 파고들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꽤나 즐거움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특히 차량의 체격을 감안한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대목이다.
그런데 주행 상황에서 맥시마가 가장 빛을 보는 순간은 고속도로를 내달릴 때다. 이보다 조금 더 낮은 속도에서는 VQ 엔진이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또 그보다 더 높은 속도는 불법인데다가 차량이 추구하는 성향이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고속도로의 주행 속도에서 VQ 엔진이 주는 풍부함과 CVT의 부드러운 전개, 그리고 긴 전장의 차체가 경쾌하게 달리는 즐거움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도심과 고속도로 그리고 지방도를 달렸는데 총 138.8km의 거리를 1시간 43분 동안 81km/h의 평균 속도로 달렸으며 이를 통해 평균 연비가 13.2km/L라고 기록되었다. 새벽에 출발한 만큼 도로 사정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정속 주행보다는 앞선 차량을 꽤나 적극적으로 추월하며 달린 것을 감안하면 기대보다 분명 좋은 연비를 확인한 셈이다.
시승을 하며 맥시마의 가격과 출력 등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맥시마는 아주 이상적인 차량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V6 엔진이 주는 여유나 닛산 특유의 스포츠 드라이빙, 그리고 유니크한 감성 등 긍정적인 요인이 상당히 많게 느껴졌다.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르겠지만 참 합리적인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존재라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