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 수상한 구멍… ‘내 몸 노린다’
정부는 지난 18일 성충동 약물치료와 관련한 법안의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 대상 범죄에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즉 몰카 범죄가 추가된다.
최근 공중 화장실에서 구멍만 발견해도 섬뜩하다는 여성이 있을 만큼 범죄가 빈번해지고, 안경·물병 등으로 위장한 초소형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몰카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까지 정부의 몰카 범죄 대책은 3건에 불과했고 이 중 1건만 추진됐으며, 2016년 1월 ‘4대악 근절’에 포함됐다. 경찰의 통계 자료를 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5배나 증가했다.
그동안 처벌도 약한 편이었다. 현행법상 몰카범에게는 최대 7년의 징역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론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처분을 강화할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운영한 ‘광화문 1번가’의 제안 가운데 ‘경찰의 몰카 근절 전담팀’은 1만5000명 이상의 공감을 얻었고, 입법 청원 사이트 ‘국회 톡톡’에서는 ‘몰카판매금지법’을 1만8000명이 청원했다.
◇ ‘화학적 거세’,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까
화학적 거세는 주기적으로 전립선암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약물을 투여해 남성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고 성욕을 감퇴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성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거세와 차이가 있다. 몰카 범죄를 저지른 사람 가운데 성도착증 환자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의학적인 판단과 법원 또는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최장 15년 동안 약물치료를 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몰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인간을 생물학적 동물로만 보는 치료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성적 문화를 바꾸고 교육을 통해 몰카 범죄를 비롯한 성폭력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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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으로 몰카를 촬영하는 청소년 같은 경우, 범죄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상대방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공개할 생각 없이 개인용으로 찍었다” “상대방이 이 사실을 모르면 범죄가 아니다” 등 인권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야동 범람은 21세기인데 성 의식은 1990년대에 멈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 한국성중독심리치료협회 대표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청소년들한테 급격하게 퍼져있는 야동 문화로 인한 몰카 범죄와 관련된 영상들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4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 남성들은 지난 3월 SBS 스페셜 ‘몰카천국 대한민국’를 통해 “한국은 섹스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어서 몰카를 보는 것 같다”, “카메라가 나쁜게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이 나쁜거다. 원인이 중요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라고 강조했다.
처벌 확대 속도만큼 문화를 바꾸고 교육을 통해 성폭력을 방지하는 데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 오리건주에선 성폭력 범죄자들을 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화학적 거세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 약물을 투여했을 경우 18%가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렀고, ‘본인 스스로 치료에 동의하고 이와 함께 심리 치료를 같이 받은 경우’ 재범률이 0%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을 비롯해 성 문화·인식 개선, 몰카 판매 제한 등 범죄 예방을 위한 철저한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