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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비록 둔화하고 있지만 여행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기회가 되는대로 글로벌 우량자산을 매수해 2025년 세계 10대 기업에 드는 것이 목표다.”
24년 전인 1993년 2억5000만위안(약 410억원)을 조달해 사들인 보잉 737기 두 대로 출발한 하이난항공은 고속성장을 거듭해 현재 중국 최대 민영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나아가 부동산 개발, 소매 유통, 호텔 등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그룹으로 성장했다. HNA그룹은 최근 2~3년새 펼쳐지고 있는 차이나머니 돌풍의 주역이다.
하지만 창업자인 천펑 회장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는 앞으로도 M&A 활동 지속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고민없이 “당연한 일”이라고 답한다. “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인들은 이제 주머니에 돈이 두둑해졌다. 그들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고 중국 유커(관광객)가 없는 나라는 문제가 있는 나라”라고까지 말하며 중국 여행업의 성장을 확신했다.
천 회장은 위기 때마다 승부사의 기질을 보였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지금이 해외 기업을 싸게 살 절호의 기회”라며 해외기업 사냥에 나섰다. 늘어나는 중국 해외 여행객을 겨냥해 주력사업인 항공기 운항 사업을 기반으로 전방산업인 항공기 리스와 후방산업인 비행기 기내식, 호텔체인 등을 추가해 나갔고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알려진 천 회장은 술담배도 일체 하지 않는다. 관심은 그간 오로지 비행기와 항공산업이었고 이같은 집중력은 헤지펀드 대부인 조지 소로스의 마음을 움직여 1995년과 2005년 대규모 투자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이를 종잣돈 삼아 2000년대 들어 하이난항공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M&A를 추진했고 HNA그룹이라는 거대한 항공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HNA그룹은 2015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에 464위로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35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문어발식 확장을 통한 계열사들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글로벌 100대 기업 안에 드는 결과가 나온다.
천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5년내 글로벌 100위권 진입에 이어 2025년까지 세계 10대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각오다. 현재 기준으로 세계 10대 기업에 들기 위해서는 매년 12.8%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천 회장은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M&A 행진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천 회장의 경영 능력을 감안할 때 이같은 목표는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닐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알버트 루이 루이어소시에이츠 설립자는 “천 회장은 매우 현명하고 용감한 갬블러”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HNA그룹에 대해 “자본과 정치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기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천 회장의 글로벌 항공제국 건설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