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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CT6 플래티넘 시승기 - 캐딜락의 풀 사이즈 세단 그 진가를 살펴보다

박낙호 기자I 2017.02.12 10:25:08
[이데일리 오토in 박낙호 기자] 존재감이 뚜렷한 디자인은 그대로 갖고 태어났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캐딜락이 달라졌다. 다이내믹한 감성과 강렬한 드라이빙의 ATS, 미드사이즈의 여유와 다이내믹한 감성을 공존시킨 CTS는 물론 크로스오버 모델 XT5 등을 제시하며 라인업의 변화를 통해 브랜드의 체질개선을 통해 미국 시장에 한정된 ‘제한적 판매’를 극복하고자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캐딜락 브랜드의 변화는 여전히 이어지며 새로운 네이밍 시스템과 디자인 큐를 더해가고 있다. 아직 방점을 찍은 것은 아니고 또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적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까지 이어진 캐딜락의 변화는 주변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반응을 얻는 것 같다.

2017년 2월, 캐딜락이 추구하는 지향점과 그 흐름의 중간 평가를 위해 CT6를 만났다.

캐딜락 CT6는 다른 무엇보다 큰 체격에서 발산되는 강렬한 존재감이 돋보인다. 경쟁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플래그십들의 롱 휠 베이스 모델들과 견줄 수 있을 긴 전장은 무려 5,185mm에 이른다. 대신 1,880mm의 전폭은 경쟁 브랜드에 비해 다소 좁게 느껴진다. 1,450mm의 전고는 경쟁 모델과 비슷하고 휠 베이스는 3,109mm에 이른다.

놀라운 점은 이런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공차 중량을 1,950kg으로 끊어 캐딜락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는 그 동안 ‘무겁다’라는 편견에 놓여 있던 캐딜락이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단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시승 차량은 플래티넘 트림으로 20인치 휠을 장착해 당당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캐딜락, 외면할 수 없는 압도적 존재

21세기 캐딜락의 디자인은 말 그대로 ‘압도적 존재’ 그 자체였다. 아트 & 사이언스(Art & Science)로 대변되는 그들의 디자인은 거대한 프론트 그릴과 타협조차 허용하지 않는 날카로운 긴장감을 강조한 라인을 앞세웠다. 최신의 캐딜락 그리고 CT6 역시 기존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더하며 디자인의 완성도와 차량 그 자체의 존재감을 더욱 강렬하게 그려냈다.

캐딜락 고유의 실루엣을 가진 거대한 그릴은 당당함을 표현하며 기존의 ATS, CTS에 비해 더욱 큰 차체의 매력을 강조하는 새로운 버티컬 타입의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했다. 헤드라이트 아웃 라인에 따라 수직으로 끌어 내린 라이팅은 기존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전면 이미지를 선사하며 크롬을 더한 전면 범퍼의 조화를 통해 풀 사이즈 세단*의 존재감을 자랑한다.(*캐딜락은 CT6보다 더 큰 세단의 공개를 예고했다)

캐딜락 CT6의 측면 디자인은 캐딜락 디자인의 장점과 특징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프론트 펜더 뒤쪽의 캐딜락 엠블럼과 차체 하단을 가로지르는 크롬 몰딩 외에는 특별한 디자인 요소를 더하지 않아 당당함과 여유로운 감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경쟁 모델 속에서도 강인한 존재감을 뽐내 보는 이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후면은 캐딜락 고유의 엣지감과 함께 명료하게 다듬은 디자인 요소들이 더해지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풀 사이즈 세단으로서의 격을 살려냈다. 캐딜락 고유의 세로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체격에 비해 좁게 보이긴 하지만 캐딜락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냈고 캐딜락 고유의 직선을 더해 우수한 균형감과 캐딜락이 추구하는 다이내믹한 감성을 살렸다. 다만 전체적인 디자인의 방향성이 차체 크기가 다소 작게 보이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한 캐딜락

캐딜락 CT6의 실내 공간은 럭셔리 세단이 갖춰야 할 소양, 그리고 캐딜락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즉, 이 차를 통해 캐딜락은 자신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오래전부터 가져온 이미지와 유행을 양립할 것이냐, 아니면 유행도 따르지 않고 앞장서서 개척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 이에따른 캐딜락의 해법은 후자를 선택했다. CT6는 ATS와 CTS이 선보인 블랙 하이그로시 센터페시아 중심의 실내 디자인과 다른 안정적이면서 넓은 공간감을 강조한 대시보드, 고급스러운 소재를 적극 적용하고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적용해 캐딜락 실내 디자인의 경쟁력을 끌어 올렸다.

에스칼라 콘셉이 에어 밴트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을 그려낸 것처럼 CT6 역시 에어 밴트의 높이를 대폭 줄여 실내 디자인의 단정함과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으며 한편 럭셔리 세단에 걸맞게 쿼드-존 독립제어가 되는 공조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센터 터널에는 무선 충전 시스템을 더해 IT 친화적인 요소를 더했다.

화려한 비주얼과 높은 해상도가 돋보이는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및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데뷔 이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우수한 사용성과 기능성을 자랑한다. 게다가 센터터널에는 햅틱 기능을 탑재한 터치 패드를 배치해 디스플레이에 직접 손가락을 대지 않아도 원하는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다면 볼보와 함께 캐딜락의 시트는 형상, 기능 그리고 체감적인 만족감까지 모든 부분에서 경쟁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이는 CT6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급스러운 가죽을 통해 부드러운 촉감을 전하며 20-웨이 전동식 시트는 최적의 드라이빙 포지션 구현을 선사한다. 덕분에 운전자과 동승자는 체격에 구애 받지 않고 안락함과 안정감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마사지 기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다만 2열 공간은 물음표가 남는다. 동급 최대 수준의 휠 베이스를 갖췄음에도 시각적인 공간은 다소 좁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캐딜락이 개선해야 할 요소로 보인다. 두터운 쿠션감이 돋보이는 2열 시트는 경쟁 모델대비 다소 단단한 편이기 대문에 보다 푹신한 느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시트를 눕힐 때 시트가 다소 높게 올라가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2열 공간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상당하다. 좁게 보여도 큰 체격의 소유자라도 여유로운 착좌감과 안락함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1열 시트 뒤를 깊게 파 다리가 긴 탑승자도 여유로운 자세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작은 차이지만 큰 만족감을 자아낸다. 게다가 어떤 자세여도 암레스트와 도어 트림에 두 팔을 편안하게 올려 둘 수 있고, 마사지 기능이나 우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매력적이다.

어마어마한 체격을 갖춘 캐딜락 CT6지만 트렁크 공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보스의 프리미엄사운드 시스템, 그리고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하며 적재 공간이 433L로 경쟁 모델 대비 20% 가량 작은 편이다. 넓은 트렁크 공간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 고민하게 될 부분이겠지만 트렁크 입구가 넓은 편이기 때문에 적재 및 사용성은 무척 우수한 편이다.

보닛 아래 자리한 합리적인 조합

캐딜락 CT6의 보닛 아래에는 캐딜락이 새롭게 개발한 V6 3.6L 직분사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6,800RPM에서 최대 340마력을 내며 5,300RPM에서 39.4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비교적 고회전 엔진의 특성을 가졌으며 자랑하며 오토 스톱 앤 스타트 기능과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성을 추구했다.

캐딜락 CT6의 V6 3.6L 직분사 엔진에 GM의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하고 전자식 사륜구동을 채택하여 340마력을 네 바퀴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엔진, 다단화된 변속기 그리고 첨단 기능 등을 통해 복합 기준 8.2km/L의 공인 연비를 확보했다. (도심 7.2km/L 고속 9.9km/L)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의 경계에 선 럭셔리 세단

캐딜락 CT6의 큰 차체에 놀라움을 가진 채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겼다. 시트 각부분을 조율하여 완벽에 가까운 시트 포지션을 맞추고 룸미러의 트리거를 당겨 리어 뷰 카메라 미러를 활성화했다. 시트, 프레임 등에 제한적인 후방 시야와 달리 후방 카메라를 통해 얻은 왜곡 없는 넓은 후방 시야에 감탄사를 내지르게 됐다. 그리고 이 기능은 시승이 끝날 때까지 애용했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면 V6 엔진이 회전하며 손 끝과 페달을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긴장된 감각이 전해진다. 기본적인 정숙성은 우수한 편이지만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한 늬앙스로 여겨졌다. 캐딜락 엠블럼의 형상을 한 기어 쉬프트 레버를 D로 옮기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캐딜락 CT6의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 고유의 회전이 느껴진다. 그 동안 터보 엔진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일까? 다소 나긋하고 부드러운 감상에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엑셀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엔진의 반응이 날카로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차량의 거동은 고급스러운 세단에 걸맞았고 엔진음이나 배기음 또한 부드럽게 전해졌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차량의 성격이 급변한다. 이전보다 높은 RPM을 활용하기 시작하자 엔진의 반응은 더욱 날카롭게 변하고 발끝으로 전해지는 생기 넘치는 회전 질감이 돋보였다. 여기에 엔진음과 배기음도 증폭되며 캐딜락 고유의 다이내믹한 감성을 거침 없이 드러낸다.

운전자의 의지 그리고 드라이브 모드 변경 만으로도 차량의 성격이 급변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차체의 무게는 가벼운 편이지만 출력 역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 발진 가속력은 평이하지만 속도가 한 번 붙기 시작하며 언제든 만족스러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으며 엔진음과 배기음을 제외하면 속도 영역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정숙성을 뽐낸다.

8단 변속기는 GM의 주장대로 토크 컨버터 구조의 변속기로는 상당히 빠른 변속 속도를 자랑한다. RPM을 높일수록 활기가 살아나는 엔진에 맞춰 스티어링 휠 뒤쪽의 패들 쉬프트를 이용한다면 조금 더 과감하고 다이내믹한 감각을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엔진 및 드라이브 트레인의 보호를 위해 ‘불필요한 상황에서의 변속’은 되도록 자제하는 성격으로 운전자의 의도와 기계적인 판단을 공존시키는 성격을 가졌다.

대신 변속을 위해 출력이 잠시 끊어졌다 이어지는 순간의 충격을 최소로 줄이는 단정함으로 VIP를 위한 안락함을 이끌어 냈다. 이는 캐딜락 고유의 세팅으로 혹자는 다른 제조사의 세팅을 거론하며 캐딜락의 세팅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기준을 캐딜락에 억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차량의 조향 감각은 제법 날이 서있다. 풀 사이즈 세단으로서는 제법 기민한 반응을 뽐내며 조향 시 노면의 감각을 제법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편인데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과 맞물리며 CT6 고유의 길고 긴 전장을 무척 짧게 느끼도록 했다. 덕분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VIP를 위한 담담한 드라이빙도 가능하지만 운전자 홀로 차량을 다룰 때에는 큰 차체여도 운전자의 조향 의도를 명확하게 반응하여 다루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차량 하체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브렘보에서 공급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차량의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이고 캐딜락 브랜드 특유의 강점인 연이은 급 제동에도 제동력의 저하가 없는 꾸준함도 돋보였다. 이를 통해 시야가 조금만 넓어져도 엑셀레이터 페달을 힘껏 밟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게다가 서스펜션 역시 인상적이다. 차량에 타기 전까지는 굳이 럭셔리 세단이라 할 수 있는 CT6에 극한의 다이내믹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MRC(Magnetic Ride Control)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CT6의 스티어링 휠을 잡은 입장에서야 MRC의 적용은 두 손을 들고 환영할 수 밖에 없다. 스트로크는 긴 편이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민한 댐핑 조율 능력을 자랑하는 MRC를 기반으로 CT6의 어떤 노면에서도 주행에 ‘필요 이상’ 롤링을 허용하지 않고, 노면에 대한 우수한 추종성을 자랑했다.

여기에 캐딜락 CT6에 적용된 AWD이 더해지며 생기 넘치는 엔진, 신뢰도 높은 제동력, 우수한 서스펜션의 움직임 그리고 확실한 트랙션 확보를 통해 운전자에게 주행에 자신감을 전하며 CT6를 보다 날렵하게 다루게 만들었다. 특히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며 달릴 때에는 일반적인 풀 사이즈 럭셔리 세단 중에서는 가장 견고하고 탄탄한 주행 성능을 갖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행의 완성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행은 2열의 VIP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노면의 큰 충격은 매끄럽게 걸러내며 또 안락한 감성을 추구한 편이지만 MRC와 견고한 차체 덕분인지 과감한 드라이빙 시에는 여유로움 보다는 다이내믹한 감성을 전달한다.

덕분에 맹렬하게 달리고 있는 CT6을 2열에서 느낄 때에는 ‘CT6의 정체성’이 오너 드리븐으로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2열 탑승자라도 완성도 높은 주행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또 일상의 주행에서는 쇼퍼 드리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전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도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존재로 느껴졌다.

좋은 점: 강렬한 디자인과 넓은 시야를 뽐내는 리어 뷰 카메라 미러, 뛰어난 드라이빙 퍼포먼스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안좋은 점:기대치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다소 단단한 2열과 자주 출몰하는 오너 드리븐 성향

신생 캐딜락의 리더, CT6

캐딜락 CT6는 개인적으로는 강력한 출력과 캐딜락 고유의 감성을 자랑하는 V8 엔진 탑재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또 반대로 시장에서는 캐딜락 고유의 다이내믹한 주행 감성을 숨기지 않는 성겨으로 오너 드리븐 성향이 강한 점이 단점으로 지적될 우려가 있는 존재다.

하지만 캐딜락 CT6는 현존 캐딜락을 이끄는 리더로서 가치가 있는 존재이며 향후 캐딜락이 선 보이는 ‘더욱 새로운 캐딜락’에 대한 기대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임에는 분명했다. 게다가 경쟁 모델은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해 ‘평범함’ 그 이상의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꼭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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