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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평균 분양가 4000만원 시대를 열며 ‘대한민국 부촌 1번지’로 우뚝 선 서울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재건축아파트의 첫 입주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변 시세의 80%에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전세주택(시프트) 물량이 이들 입주 단지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80%에 책정될 경우 4억원을 밑도는 가격에 강남 노른자 땅에 입성하는 ‘역대 최강 로또 시프트’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입주자 모집공고 전부터 시프트 입주권 편법 거래 등이 인터넷에 떠도는 등 부작용도 낳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올해 공급될 강남 ‘시프트’…서울 평균 전셋값 크게 밑돌듯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공급될 시프트는 총 2223가구다. 지난해 공급 물량(1709가구)보다 30%(514가구) 늘어났다. 이달부터 6월까지 836가구가 선보이고, 하반기(7~12월)에 1387가구가 입주자 모집에 나선다. 전체 공급 물량의 82%인 1827가구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집중됐다. 아울러 지난해 중대형 평형 공급 제한에 따라 전 가구가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로 공급된다. 주택형(전용면적)별로 △39㎡ 이하 128가구 △45㎡ 28가구 △49㎡ 90가구 △59㎡형 1442가구 △74㎡ 442가구 △84㎡ 93가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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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50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아파트이지만 시프트 책정가는 매매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 지역에 들어서는 첫 재건축 입주 단지여서 인근 단지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지 않은데다 주변 시세의 80%를 적용하면 전셋값이 더 내려가서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반포동 일대 전용 74~76㎡(구 25평) 주택형이 있는 7개 단지(한신 2·9·10·11·12차, 한신타워, 잠원동아)의 평균 전셋값은 4억 5000만~5억원으로 이들 단지 시세의 80%를 적용하면 3억 6000만~4억원 선에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4억 244만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보증금 인상률도 5%로 제한돼 지난해 서울 전셋값 평균 인상률 21%(6996만원)의 4분의 1 수준만 부담하면 된다.
◇입주권 ‘딱지’ 거래 등 편법 활개…“임대료 현실화 등 제도 개선 필요”
상황이 이렇자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에서는 개발 예정지의 철거민 집을 사들여 시프트 입주권(일명 ‘딱지’) 거래나 자영업자 소득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입주 자격을 끼워 맞추는 편법들이 버젓이 떠돌고 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도 이런 ‘로또’ 시프트가 정상적인 임대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반포동 한 공인중개사는 “입주를 앞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59㎡ 전셋값이 9억~9억 50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당첨만 되면 단박에 5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아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고가 아파트에 임대주택을 놓는 것 자체가 특정인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시프트의 보증금은 SH공사의 부채로 잡히고 있어 SH공사의 부채 관리에 큰 부담이 된다”며 “시프트 입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지역에 따라 입주 시세 현실화와 함께 입주 자격 및 특별공급 요건을 강화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란 주변 시세보다 20% 저렴한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간 전세 형태로 거주할 수 있는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을 말한다. ‘입주가 곧 로또 당첨’이란 말이 나올 만큼 선호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