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와 ‘정치가 우물에 빠졌다며 새판을 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설날을 맞아 다시 서울로 상경했다.
명절 때마다 어김없이 전남 강진을 떠나 경기도 성남시 분당 집을 찾곤 했던 손 전 대표가 이번에도 역귀성을 택한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연휴 기간 동안 서울 큰 형님 댁에서 차례를 지낸 후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낼 예정이다.
손 전 대표 측근들은 설 연휴를 집에서 보낸 후 다시 칩거해온 전남 강진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새 판짜기를 밝힌 손 전 대표의 동선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북한이 7일 오전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터라, 더욱 손 전 대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손 전 대표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문제연구소에서 ‘한반도 통일과 러시아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력 비판했었다.
강연에서 손 전 대표는 4차 북한 핵실험과 관련해 “박근혜정부가 지난 2014년에 선언한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통일론으로 대북압박정책이 북한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북압박 정책이 실효성 없이 북한의 핵 능력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대북 제재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간의 북한에 대한 제재에도 북한은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그 수위를 높여왔다”고 꼬집었다.
대북 제재를 핵심으로 한 대북압박정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손 전 대표는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서 북미간에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손 전 대표는 “북한이 엄연한 유엔의 회원국임에도 2차 대전 이후에 미국이 외교관계를 맺지 않는 유일한 국가로 남아 있다. 이러한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국이 나서지 않고 있는데 미국이 먼저 나설 리는 만무하다”고 했다.
북한이 전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자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해 미사일발사를 강력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실효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도출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압박 강도를 더 높여가겠다는 것으로 손 전 대표의 인식과는 상반된 접근법이다.
러시아 방문에 앞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던 손 전 대표는 설 연휴에도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만나 관련 방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방문에 앞서 주한 러시아대사를 만났던 것처럼 주한 중국대사를 만날 수도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공을 기울였던 손 전 대표는 중국 인맥이 두터운 편이다. 정부가 주한미군에 사드배치를 꺼내면서 어느 때보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중국 측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이다. 손 전 대표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후 강진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상경과 현안에 대한 발언이 부쩍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31일 러시아를 방문하고 전남 강진으로 내려 간 손 전 대표는 이달초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위해 다시 서울을 찾았다. 한반도 문제와 러시아 역할만 얘기했을 뿐, 국내 정치문제는 일절 꺼내지 않았지만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는 점은 다르게 볼만 하다. 지난 2014년 7월말 정계은퇴 후 1년 6개월만이다.
한 달도 안돼 전남 강진을 세 번이나 비운 손 전 대표가 설 이후 정계에 복귀할까? 최근 국민의당측에서 손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N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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