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012년 증시교훈]①웅진 신화의 몰락

임명규 기자I 2012.12.19 10:59:28

무리한 확장에 재무구조 악화..예고된 부실 징조
자본시장 경보음 전멸..오너 ''의지'' 중요성 부각

[이데일리 임명규 기자] 지난 9월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웅진그룹을 이끄는 웅진홀딩스(016880)가 돌연 회사를 경영할 수 없다고 백기를 들었다.

법원은 2주만에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받아들였고, 기존 신광수 대표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정했다. 30년전 교육출판 사업으로 시작해 깐깐한 정수기 ‘코웨이’와 비데 ‘룰루’, 공기청정기까지 히트를 거듭하던 웅진의 신화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웅진의 몰락은 무리한 확장정책 탓이었다.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이 건설경기 침체와 맞물려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고, 야심차게 추진한 태양광 사업도 수익은커녕 투자 부담만 늘어갔다. 자체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과 이자를 감당해내기 어려웠다. 결국 알짜 자회사인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은데 이어 웅진케미칼(008000)까지 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예상치 못한 법정관리 이슈에 투자자들은 당황했고, 주식 시장과 크레딧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웅진 계열사 주가는 연일 폭락하고, 신용평가사들은 뒤늦게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을 디폴트(D)로 강등했다.

웅진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졌음에도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기 경보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직전까지도 웅진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기대감을 보이면서 매수 의견까지 냈다.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증권사 리포트는 투자자에게 어떠한 신호도 내지 못했다.

신용평가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말 웅진홀딩스의 부채비율은 312%로 1년 사이 100%포인트 올랐고, 지난 6월에는 374%까지 치솟는 등 재무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그럼에도 한국기업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웅진홀딩스에 각각 A-와 BBB+의 투자적격 등급을 주고 있었다.

크레딧 시장이 중시하는 채무상환 능력뿐만 아니라 오너의 의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도 남겼다. 최근 진흥기업과 LIG건설,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의 부도 역시 채무상환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었다.

공격적인 투자와 업황 부진이 재무구조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는 웅진 외에도 이미 몇몇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너의 의지에 연명하는 기업은 언제든지 제2, 제3의 웅진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