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대한민국 표준 직장남' 한명준씨. 서울 명동에 있는 한 은행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알게 된 맛집들을 직장 동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2003년부터 개인 홈페이지(www.cyworld.com/yesi, blog.naver.com/yesican1)에 맛집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고, 하루 방문자 5000여명, 총 방문자 400만명이 넘는 인기를 끌고 있다.
한명준씨는 "비싼 식당보다는 저렴하고 맛있는 집들을 많이 소개하고, 홈페이지를 찾는 분들이 자신들의 입맛과 비슷하다고 공감하면서 신뢰를 얻은 게 인기 비결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홈페이지에 소개한 맛집 1000여곳 중 가장 많이 스크랩된 맛집 100곳을 모아 '침 흘리지 마! 쭌의 맛집책이야'’를 최근 냈다. 그 중에서도 30~40대‘직딩 아저씨’들이 가장 많이 스크랩해 간 맛집 베스트 15를 가려 소개한다.
::: 청국장과 북어찜 사이의 고뇌 / 현대기사식당
강남에서 느끼는 강북의 맛. 메뉴는 북어찜과 멸치청국장 단 두 가지. 청국장은 진한 국물이 특징이다. 구수하고 감칠맛이 올라온다. 북어찜은 냄비에 커다란 북어 한 마리가 들어가 있고 국물이 흥건하다. 달착지근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자꾸 입에 와 닿는다. 해장하고 싶을 때 찾아주면 딱이다.
- 북어찜 5000원, (02)3453-6532, 서울 강남구 역삼동 738-11
::: 오늘은 설렁탕이다 싶다면 / 영동설렁탕
기사식당이라 주차장이 넓고 혼자 식사해도 자연스럽다. 설렁탕이 눈 깜짝할 사이 나온다. 뚝배기에는 소면, 차돌박이, 양지머리, 우삼겹 등이 들어있다. 국물은 약간 꼬리꼬리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설렁탕과 곰탕의 중간쯤 된다. 김치도 기본 이상. 설렁탕의 느끼함을 모두 제거해준다.
- 설렁탕 6500원, (02)543-4716, 서울 서초구 잠원동 10-53
:::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족발 / 놀부만두
이 집 오향족발을 맛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30~40분은 기본으로 기다린다. 대표 메뉴인 오향족발은 그 자태가 아름답다. 오향과 족발이 조화를 이룬다. 껍질은 쫄깃하고, 살코기는 뻑뻑하지 않고 좋은 향이 감돈다. 서비스로 나오는 떡만두국과 함께 소주 한 잔 기울이기 좋은 분위기다.
- 오향족발(중) 1만8000원, (02)753-4755, 서울 중구 서소문동 102
::: 할머니 손맛의 순대국이 그리운 날 / 서일순대국
일요일 점심에도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순대국과 밥이 따로 나온다. 팔팔 끓는 순대국을 저어보면 순대와 머리 고기, 오소리감투, 내장 등이 눈에 띈다. 국물은 진하고 구수하다. 순대에는 채소가 많아 담백하다. 순대국 한 그릇이 하루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린다.
- 순대국 5000원, (02)821-3468,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377-1
::: 몸보신 해야겠다 싶은 날엔 / 진주집
남대문시장에서 50여년 동안 꼬리곰탕과 해장국을 전문으로 하는 집. 꼬리토막이 꽤 크고 튼실하다. 부추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쫄깃한 꼬릿살이 입안에 감긴다. 별도로 나오는 국물에 소면, 이어 밥까지 말아 먹으면 배가 빵빵해진다. 이 집의 꼬리곰탕 한 그릇이면 비싼 보약 필요 없을 것 같다.
꼬리토막 1만4000원, (02)753-9813, 서울 중구 남창동 34-13
일러스트=신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