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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대출채권 담보 ‘긴급여신 지원’ 신설…디지털 ‘뱅크런’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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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I 2025.12.14 12:00:00

내년 1월부터 금융기관 대출채권 담보 활용 가능
디지털 시대 초고속 뱅크런 대비한 조치
“위기 대응력·유동성 공급 여력 확대 기대”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1월부터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새로운 긴급여신 제도를 가동한다. 스테이블 코인 등 금융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 안전판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사진=게티이미지
2023년 SVB 사태 막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회의에서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긴급여신 규정’을 의결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비상시 유동성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한은의 상시대출제도는 시장성증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이지만, 비상 상황에서 자금 지원의 폭을 넓히기 위해 대출채권까지 담보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이 담보 범위를 확장한 이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확산과 금융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뱅크런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는 불안 심리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이틀 만에 예금의 85%가 빠져나갔고, SVB 영국 법인에서도 하루 만에 30%가 이탈했다.

김범서 한은 통화정책국 여신담보기획팀장은 “급격한 유동성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중앙은행 대출제도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은행
‘신속 긴급대출’ 시스템 구축

이번 제도의 핵심은 금융기관이 평소 보유한 대출채권 정보를 한은에 주기적으로 제출하고, 한은이 이를 미리 적격성 심사·담보인정가 산정 등 ‘사전수취’ 절차를 마쳐둔다는 점이다. 시장성증권과 달리 대출채권은 종류가 다양하고 심사 과정이 복잡해 위기 상황에 즉시 담보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사전 절차만 완료되면 금통위가 ‘추가 유동성 지원 필요’라고 판단할 때 즉각 대출이 실행될 수 있다.

김 팀장은 “이미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 캐나다 중앙은행에서는 대출채권을 활용하고 있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담보로 인정되는 대출채권은 우선 기업 대상 부동산담보대출과 기업 신용대출 등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자산으로 한정된다. 차주의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거나 예상부도확률이 1.0% 이내인 대출만 포함된다. 금융회사나 특수관계자에 대한 대출, 후순위 대출 등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제외된다. 한은은 이후 시장 상황과 리스크 수준에 따라 담보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유동성 공급 기반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 자산의 약 70%가 대출채권인 만큼, 이를 담보로 인정하면 위기 시 중앙은행이 공급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또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기존 시장성증권 담보대출보다 대출채권 담보대출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개선시키는 만큼, 비상시 자금 조달 수단이 확대되는 이점도 있다.

아울러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현금 확보를 위해 시장성증권을 급히 매도하는 투매를 방지함으로써 금융시장 불안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은은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과 모의훈련을 실시해 실무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SVB 사태 당시 준비 부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재할인 창구에서 제때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던 사례를 교훈 삼은 조치다.

한은은 연말까지 IT시스템 테스트 등 준비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2일부터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대출채권 심사 체계를 더욱 정교화하고, 모의훈련을 지속해 긴급여신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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