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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원화ㆍ현금 빼고 다 급등, 인플레 그림자 다시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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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5.10.10 05:00:00
원·달러 환율이 심상찮다. 저금리 기조와 ‘관세전쟁’ 여파로 미국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추석연휴 직전 19원가량 급등하면서 달러 환율은 1420원대로 치솟았다. 고물가 시대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약자부터 힘들게 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달러 환율만이 아니다. 추석 연휴 때 가족 친지 모임의 최대 화제 중 하나는 급등한 집값과 주가였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각의 천정부지 아파트값 상승과 코스피지수 3500을 넘긴 주식시장의 열기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현금에 대한 불신, 원화의 가치 하락이 반영된 것이다. ‘서울 집값이 오른 게 아니라 돈값이 떨어졌을 뿐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돌 정도다. 부동산 주식만이 아니다. 국제 금값은 올 들어 45% 급등했다. 그래도 선물 가격은 계속 뛰어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비트코인도 이달 들어 8% 이상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세계가 통화가치 하락 시대에 들어섰다.

이런 기류 속에 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는 것을 보면 원화 가치의 하락은 유별나다. 우리 돈 원화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지 않겠다는 불안감, 나아가 우려와 불신이 팽배해지는 것이다. 부동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주저하는 모습이지만 한국은행은 저금리를 지향하면서 돈을 풀고 있다. 정부도 거듭된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생지원’ 명분 아래 아예 현금살포에 나섰다. 원화가 돈으로 제 가치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다. 급등하는 인건비와 치솟는 원자잿값도 예사롭지 않다. 1만원으로는 점심 한 그릇도 먹기 힘든 상황을 정부가 재촉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금 빼고 다 오른다’는 인식이 퍼져 고물가가 일상화되면 나라 경제는 악화일로로 빠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더 추락하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되면 고용도 흔들리게 되고 저소득층은 기댈 언덕이 없어진다. 현금살포 등 불요불급한 공공지출부터 줄여야 한다. 한미 양국 간 통화스와프 체결 논의와 함께 관세 협상도 조기에 잘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면서 수출업체 등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 경제 전문가도 아닌 서민들 입에서 “또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른다면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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