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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6월 피해자 B씨 승용차 운전석 문에 ‘들었지? 그놈한테 동영상 있다는 거, 혼자 보긴 참 아까워, 우린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라는 등 두 사람 간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할 듯한 내용을 적은 메모지를 붙여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메모지를 붙인 뒤 B씨가 차량에 붙은 메모지를 확인하고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그 인근에서 지켜봄으로써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스토킹을 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10월 춘천지법에서 일반물건방화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는 형사처벌을 받았음에도 피해자의 차량에 피고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할 것 같은 메모지를 남기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협박해 범행의 동기 및 경위, 내용에 비춰 그 죄책이 무겁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는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스토킹행위로서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하는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2021년 9월 B 씨가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자 B 씨에게 “같이 영화를 보니 재밌었냐?”문자를 보내고, B 씨가 다녀온 카페에서 B 씨를 봤다는 취지로 문자를 남겼다.
또 같은 해 10월 B 씨의 남자친구 주거지 지하주차장에서 B 씨의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같은 달 식당에서부터 피해자의 남자친구 주거지 지하주차장까지 B 씨를 따라가 B 씨 차량의 조수석 뒷바퀴를 가위로 찌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후 1년 8개월이 경과한 뒤 차량 부근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는 등의 행위를 했다”며 “그 이전에 있었던 행위들과 일시·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유사성, 기회의 동일성, 범의의 계속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반복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건 당일 오후 8시 58분쯤 체육관 주차장에서 B 씨의 차량을 찾아 주변을 맴돌다가 7분 뒤 메모지를 부착했다. 이후 오후 9시 13분쯤까지 그 주변에서 B 씨를 기다렸고, 이후 차량을 운전해 현장을 떠났다가 오후 9시 15분쯤 현장으로 돌아와 약 2분 동안 재차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오후 9시 17분쯤 B 씨가 차량에 탑승하는 것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A 씨의 행위는 시간적·장소적 접착성이나 범의의 단일성 등에 비춰 형법상 일련된 1개의 스토킹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A 씨가 스토킹행위를 ‘반복적’으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가 약 17분 동안 B 씨를 기다리다가 피해자가 차량에 탑승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A 씨가 B 씨를 기다린 시간은 10분 가량에 불과하다”면서 “다수의 사람이 통행하는 공개된 야외 주차장이었던 점, 메모지를 보는 모습을 확인한 뒤 지켜보거나 따라가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던 점을 보면 스토킹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