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정부의 갈팡질팡한 대책이 우리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문제 원인은 정부가 잠정 중단했던 숙박·여행·외식 할인권 지급을 재개하기로 하면서다. 이 대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피해가 컸던 관련 산업의 소비를 진작시키려는 취지다. 하지만 최근 골프 모임이나 식당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 등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주의’를 요구하면서도, 여행과 외식을 부추기는 대책을 동시에 발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정부는 예고도 없이 “철저한 방역을 기반으로 그동안 중단했던 숙박·여행·외식 할인 지원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30일부터 여행상품 1112개에 대해 가격을 30% 할인해주는 ‘여행 할인권’을 제공한다. 또 외식을 3번하면 4번째에 1만원을 환급해주는 외식 할인 지원 캠페인도 시행한다. 다음달 4일부터는 여행자 100만명에게 3만원 또는 4만원의 할인권을 제공하는 숙박 할인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8일부터는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30일부터는 ‘농촌관광상품’사업을, 다음달 4일부터는 ‘유원시설 이용 할인’을 각각 재개한다.
물론 정부도 이번 대책에 단서를 달았다. 모든 할인권 지급과 여행 장려 사업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소비할인권과 관광 이벤트, 소비 행사를 연이어 시행하려 했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대규모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했다. 이 때문에 소비 할인권 배포 사업은 발표 뒤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중단됐다. 거리두기가 1단계 하향 조정된 뒤인 지난 12일에는 “22일부터 공연, 영화, 체육 분야의 소비할인권 지급을 시작한다”고 밝혔지만, 위험도가 비교적 높은 숙박이나 여행, 외식 할인권 지급은 미뤄졌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외식업과 숙박, 문화산업 등에 1조원 상당의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행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여행업계는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방위적인 방역조치, 여행·이동 자제 분위기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 정부도 고사 위기에 빠진 여행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이번 정부의 발표 시점이다. 지난 20일 한국여행업협회(KATA)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KTA)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국내여행·숙박 할인사업을 재개하고 출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를 완화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이런 요구에 여행 자제 기조를 더욱 확고히 유지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이면서 여행업계와 각을 세웠다.
이에 한국여행업협회는 29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여행업계 코로나19 위기극복 방안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도 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자, 전 문체부 장관이다. 토론회에는 여행업계와 항공업계, 호텔업계 등 관광업계 유력인사들도 총출동한다. 관광업계 유력단체가 유력 국회의원과 연대해 정부에 절박함을 알리고, 관광사업체의 목소리를 결집해 현실적인 지원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아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여행 장려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의문을 키우고 있다. 물론 ‘기우’이길 바라지만, 업계 눈치 보기에 떠밀린 정부의 발표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