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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예측이 쉽지 않은 ‘정치의 세계’에 뉴욕 증시가 휘청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코로나19 부양책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타결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던 증시가 털썩 주저앉았다. 초대형 기술주들은 워싱턴발(發) 악재에 줄줄이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월가가 본격 변동성 장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복잡다단한 정치 공학이 난무할 수 있는 탓이다.
◇트럼프 “부양책 협상 중단 지시”
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4% 하락한 2만7772.7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0% 내린 3360.97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57% 떨어진 1만1154.60을 기록했다.
뉴욕 3대 지수는 장중 내내 부양책 타결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다. 행정부 측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최근 코로나19 5차 부양책을 두고 협상을 지속해 왔으며, 갈수록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 연례회의 강연을 통해 추가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정치의 세계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했다가 전날 백악관으로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48분 깜짝 놀랄 만한 트윗을 올렸다. 그는 “나는 (민주당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의 미래를 보고 있다”며 “내가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과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춘 경기부양 법안을 처리할 때까지 (코로나19 5차 부양책) 논의를 중단하라고 우리 측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썼다.
그는 “그 대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안을 처리하는데 집중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보수 지지층의 최대 관심사인 배럿 후보자 인준안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그 시각을 기점으로 강세 폭을 키웠던 3대 지수는 수직낙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월가가 휘청한 것이다.
동시에 재선에 도전하는 행정부 수장이 쓸 수 있는 ‘정치적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분석 역시 나온다. 전날 급등장을 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판세가 이미 기운데 따른 불확실성 해소 때문이라는 시각이 일부에서 나왔는데, 이 또한 단기적인 분석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일부 언론들은 “(대선까지) 한 달은 긴 시간”이라고 전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지 않았든 데도 “오는 15일 2차 TV 토론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때문에 월가는 증시의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에 더 초점을 맞추는 기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치 이벤트를 충분히 확인한 후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다.
◇애플 2.9%↓…기술주 ‘트럼프 쇼크’
초대형 기술주는 트럼프발 충격에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은 전거래일 대비 2.87% 내린 주당 113.1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3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사옥 애플파크에서 ‘애플 스페셜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일제히 내렸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5.44% 상승한 29.48을 기록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전 마감한 영향이 있어 보인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12% 상승한 5949.94에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각각 0.61%, 0.48% 올랐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0.41%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