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이끄는 주력 성장동력이던 선박,자동차,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형 산업이 주춤하는 사이 최근 몇년새 세계 시장에서 놀랄만한 전공을 세우는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부터다. 그 대표적인 주자가 셀트리온(068270)이다.
셀트리온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단기간에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입증한 주역으로 손꼽힌다.
셀트리온이 세간의 주목대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또한 한국의 제약·바이오 업계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서회장은 지난 5월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이익면에서 세계1위 제약사인 화이자를 따라잡고 11만명을 직간접으로 고용창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발표하면서 한국 제약산업의 선도자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서회장을 모두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상황이 아니다. “매출 1조원도 안되는 셀트리온이 10년 동안 40조원 투자를 한다는게 현실성이 있느냐.”
제약업계는 서회장이 지난달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은 사실상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주요 제약사들 가운데 지난 수십년간 투자한 것을 다 합해도 가장 많이 한 업체가 기껏해야 2조원 안팎인 상황에서 무려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업계는 서회장의 중장기 투자 및 고용창출 목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 후폭풍은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주최하는 청와대 행사마다 서회장이 빠지지 않고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나서는 모습도 업계에게는 ‘눈엣가시’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셀트리온이 단기간에 급성장을 해온 것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서회장이 제약·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볼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업력 100년을 넘나드는 전통 제약사들을 제치고 창업한지 십수년에 불과한 신생기업인 셀트리온이 대표성을 확보할수 없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서회장은 이런 제약업계의 반발과 우려를 의식하고 있지만 게의치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서회장은 지난달 중장기 비전선포식을 갖은 다음날 임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내가 국민을 대상으로 투자및 고용창출 약속을 했으니 부디 목표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비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제약업계가 서회장의 튀는 행보에 반감을 갖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면서도 업계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제약과 바이오 업종은 비슷한 것 같지만 시장 규모나 특성이 크게 차이나는 데 이를 제약업계에서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오해라는 게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은 시장규모가 제약산업에 비해 훨씬 크다”며 “특히 셀트리온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시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목표 달성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자신한다.
‘튀면 죽는다’ ‘모난 돌이 정맞는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서회장에 대해 요즘 제약업계가 조심스레 표명하는 불만과 시샘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무일푼에서 사업계획서 한장으로 해외자본 수천만달러를 끌어들여 셀트리온을 단기간에 세계적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일궈낸 서회장이다. 분명 그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거인’으로 평가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무엇보다 이런 거인이 직접 국민을 대상으로 감히 제약·바이오 업계 누구도 상상치 못할 규모의 투자와 고용창출을 약속한 것을 굳이 예단하여 폄하할 일은 아니다. 서회장의 목표가 비록 절반의 미완에 그치더라도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한국경제에는 큰 도움과 자극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한국경제에는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으로 똘똘뭉친 제2,제3의 서회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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