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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는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임대등록을 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이것으로(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집을 사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임대주택 등록 세제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어 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13일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겠다며 지방세·임대소득세·양도세 감면 확대와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등 각종 당근책을 제시한 지 1년도 안 돼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방향전환에 나선 것은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혜택이 주택구매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8.2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40%로 줄었고 투기지역에서는 가구당 주택담보대출건수가 1건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대출은 사업자대출이기 때문에 집값의 70~80%까지 빌릴 수 있다. 가구당 대출건수 제한도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신규 주택 취득할 때 임대주택 등록을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한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금융당국이 부동산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이나 소득대비 대출비율(LTI) 등을 도입해 대출제한에 나섰지만 LTV나 DTI만큼 깐깐하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김 장관은 “임대주택 등록을 하면 세제혜택이나 LTV, DTI 혜택이 있으니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처음 정책을 설계했을 때의 의도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임대는 4년, 준공공임대는 8년간 집을 팔 수 없기 때문에 매물잠김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임대주택 혜택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혜택을 줄이기로 하면서 정책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은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던 만큼 정부가 예상되는 반응이나 효과에 대해 충분한 고민 없이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이번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혜택 축소도 어떤 식으로 어떻게 줄인 것인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제 문제 제기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제부터 관계부처와 검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혜택을 확대하기로 한 지 1년도 안 돼 줄이기로 한다면 정부 정책을 어떻게 신뢰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처음부터 정책 일관성을 가지려면 예상 시나리오와 부작용을 어느 정도 시뮬레이션해 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새 정부 들어 발표한 국토부의 정책은 정치하지 못하다”며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이처럼 랜덤워크라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고 효과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