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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서점 대부분은 빽빽한 서가에 단행본 외에도 참고서와 학습지 등을 팔던 기존의 동네서점과 달리 각각의 고유한 개성을 앞세워 ‘동네책방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서울의 동네서점 3곳을 찾아가 이른바 ‘사양 업종’에 뛰어든 이유와 개점 후 현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직접 들어봤다.
◇맥주와 함께 지적욕구 자극 ‘문화명소’ 목표
지난 13일 문을 연 서울 마포구 합정동 ‘세렌북피티’는 당인리발전소로 불리는 서울화력발전소 인근에 자리 잡은 99㎡(30평) 규모의 책방이다. 주인인 김세나(31)씨는 전 직장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다니며 약 1년 6개월여간 창업을 준비했다. 김씨는 “책방을 낸다고 하니 알고 지낸 출판사 직원들까지도 말렸다”며 “하지만 ‘출판사들이 이렇게 잘 만든 책을 내가 팔아주겠다’며 과감히 책방을 차렸다”고 말했다.
김씨가 책방을 내기 위해 고심한 것은 입지였다. 홍대 전철역 인근도 고려했지만 결국 당인리발전소 앞 토정로 대로변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화력발전소가 공원으로 바뀌고 홍대 상권이 상수동과 합정동까지 이어지면서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이나 용산구 해방촌의 ‘경리단길’처럼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부상할 것을 예상하고 내린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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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 해 놓은 책은 약 800종. 책은 김씨가 일일이 고른 후 김씨가 생각한 주제대로 분류했다. 가령 ‘화이트데이’를 맞아 ‘당신의 봄은 어느 쪽이세요’ 라는 코너를 만들어 싱글과 커플을 위한 책을 배치했다. 김씨는 “서점은 소비자들의 지적욕구와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며 “이를 최대한 활용해 작가의 강연도 들을 수 있는 토정로의 문화명소로 키우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심리·인문’특화…한 달에 1종만 판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의 주택가 골목길에 지난 3일 문을 연 ‘서점 림’은 심리·인문서점을 표방했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판매하는 소위 ‘한 책 서점’이다. 정신분석가로 ‘이승욱의 공공상담소’를 운영하는 이승욱 박사와 후배인 다큐멘터리 감독 황정한(32)씨가 공동으로 창업했다. 황씨는 “한 주에 한 권의 책만 선정해 파는 일본 도쿄 긴자의 모리오카 서점 모델을 참고했다”며 “깊이 있는 독서, 긴 호흡의 독서라는 지향점에 기대를 가진 독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개업과 동시에 처음 선정한 책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열린책들)이다. 3월 한 달 간 매주 목요일 저녁에 이승욱 박사가 직접 ‘꿈의 해석’을 강독한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전문가와 꿈을 해석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강독과 프로그램 참석은 유료다. 황씨는 “해방촌과 이대 앞 등을 고려했지만 우연치않게 체부동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며 “서촌 아래 체부동 특유의 고즈넉함과 정적인 분위기가 서점이 지향하는 목표와 일치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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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흥과 소비의 중심지에 뿌리내린 ‘강남책방’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 선릉로에 문을 연 ‘최인아책방’은 어느덧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인 제일기획 부사장까지 올랐던 최인아(56) 대표가 후배 광고인 정치헌(53) 디트라이브 대표와 함께 의기투합해 유흥과 소비의 중심지인 서울 강남에 약 231㎡(70평)규모로 개점했다. 최 대표는 “인생의 세컨드 커리어로 서점 운영을 꿈꿨다”며 “서점이 사양 업종이다 보니 망하지 않고 버티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서점을 강연과 공연, 담론이 오가는 ‘살롱’처럼 만들고 싶었다. 최 대표의 계획대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최인아책방’은 어느덧 300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한 동네서점으로 입지를 굳혔다. 최 대표는 “삶에서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인식이 없으면 서점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서점을 커뮤니티 공간이자 동네의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주인 스스로 문화적인 사명감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점을 여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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