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올 5월 말 현재 무려 533조원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으나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전문성 결여가 번번이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를 1999년 독립시켰으나 성과는 별무신통이다. 투명성과 전문성은 수익률로 직결된다. 국민연금을 노후의 최후 보루로 삼고 있는 대다수 국민이 기금 운용에 비상한 관심을 쏟는 이유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2045년께 적자 전환에 이어 2060년 완전 고갈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그동안 정설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예상수익률을 크게 부풀린 장밋빛 전망이며 실제 고갈 시기는 그보다 10년 정도 앞당겨 잡아야 한다는 게 감사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의 판단이다. 게다가 초저금리 시대까지 닥쳤으니 상황이 더 나빠질 게 뻔하다.
기금 운용을 둘러싼 잡음이 자꾸 새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부 감사가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이 나섰다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점이 불거졌을 것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외면해선 안 된다. 5조 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우조선에 2400억원이나 물리는 식의 아마추어 투자로 역량과 도덕성을 또다시 의심받는다면 기금의 공사화 등 외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