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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식음료 업계, 신제품 정보 누출에 골머리

김태현 기자I 2016.03.30 07:55:20

세븐일레븐 PB 참치라면 2종 출시 전 정보 유출
식품업계 이전에도 정보 유출 수두룩하게 발생
신제품 정보 유출…시장 선점 효과 뚝 떨어진다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발 없는 말 천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알려줄 생각도 없는 소문이 사람들한테 널리 퍼져 나간다는 말이다. 식품업계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출시 전인 신제품 정보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유출되고 있다.

지난 22일 네티즌 사이에서는 라면 하나가 화제가 됐다. 바로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이다. 팔도와 동원F&B(049770)가 손을 잡고 생산하고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이 기획한 라면이다.

문제는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의 정보 유출 과정이다. 출시를 일주일이 남긴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은 인터넷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 때문에 정보가 유출됐다. 제품 사진뿐만 아니라 제품 출시 일정·가격·용량까지 민감한 부분이 모조리 공개됐다.

29일 출시 예정인 ‘동원참치라면’과 ‘동원고추참치라면’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런 제품이 개발되고 있는지 인터넷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 알았다”면서 “현장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29일이 예정 출시일인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은 벌써 인터넷에 조리 완료 사진과 시식 후기까지 올라오고 있다.

이런 일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롯데리아에서 출시한 짬뽕버거인 ‘마짬버거’도 카카오톡을 통해 이벤트 페이지가 사전에 유출됐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순하리 소다’는 유통 과정에서 운송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제품 사진을 찍어올려 정보가 새나갔다.

2011년에는 CJ제일제당(097950)이 참치캔 출시를 앞두고 참치캔 유통과정에서 관련 사진이 유출됐다. CJ제일제당은 당시 기름 대신 참치와 물만 넣은 ‘워터 튜나’를 선보였다.

문제는 신제품 정보 유출이 식품업체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식품 업체의 경우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제품 정보만 가지고도 따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카피가 쉽다”며 “식품업체들은 그만큼 신제품 보안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식품의 경우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길들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먼저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전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말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된 순하리 포장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실제로 지난해 과일소주 열풍 당시 롯데주류 ‘순하리’가 시장을 선도했지만, 후발 업체인 무학(033920)하이트진로(000080) 등이 가세하면서 순하리 시장 선점 효과는 금세 사라졌다.

신제품 정보 유출은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이번에 정보가 유출된 동원참치라면과 고추참치라면은 벌써 구체적인 후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흥미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출시 기념 이벤트도 약발이 먹힐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상 현장에서 신제품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SNS의 발달로 정보 유출 경로를 일일히 막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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