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내지 못하거나 기존 사업장을 잃은 업체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진 현재 시점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적기라는 인식에 서서히 상승 조짐을 나타내는 양상이다.
관세청은 지난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연말 기한이 만료되는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001740) 워커힐 면세점의 신규 사업자로 두산(000150)과 신세계(004170)를 선정했다. 롯데는 기존 두 개 사업장 중 소공점 한 곳을 방어하는 데 그쳤다. 부산에서는 신세계가 내달 15일 특허가 만료되는 신세계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사업권을 지켰다.
‘면세점 대전’에서 완승을 거둔 두산과 신세계는 주식시장에서도 활짝 웃었다. 주말이 지난 후 처음 장이 열린 16일 신세계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52% 상승한 26만4500원을 기록했다. 계열사인 이마트(139480)와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오름세를 보였다. 두산은 차익실현 매물로 이날 하락세에 장을 마치긴 했지만 장중 약 20% 상승폭을 올렸다. 유력 사업자로 꼽혔던 두산은 사업자 발표 전 2주 동안 주가가 12% 가까이 올라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반면 면세점 두 곳 모두 수성에 실패한 롯데의 경우 계열사 롯데쇼핑(023530) 주가가 16일 하루에만 5.65% 빠졌다. 사실상 면세점 사업을 접게 된 SK네트웍스(001740)는 한주(16~20일) 동안 주가가 20% 이상 떨어졌다. 우선주인 SK네트웍스우(001745)의 경우 같은 기간 약 45%라는 기록적인 하락폭을 보였다. 부산에서 신세계에 완패한 형지그룹 계열사 역시 주가 낙폭이 컸다. 형지 I&C와 형지엘리트(093240)는 이 기간 주가가 각각 27.57%, 20.72% 내렸다.
시내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급증세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는 등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자 선정에 실패한 업체들의 주가가 휘청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전 사례를 보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7월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당시 고배를 마셨던 신세계·현대백화점(069960)·SK네트웍스·유진기업(023410) 등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이내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경우 면세점 발표 다음 거래일인 13일 주가가 11% 이상 내리는 등 7월 20만8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내 반등, 다음달 25만원선까지 올랐다. 현대백화점은 13일 약 3% 하락에 그쳤을 뿐 주가에 큰 영향은 없었으며 SK네트웍스도 7~8월에는 약세였다가 9~10월에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신규 면세점이 사업에 긍정적인 요인이긴 하지만 선정에 실패해도 기존 회사 자체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에 따라 평소 주가를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면세점 탈락업체들의 주가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 형지 I&C와 형지엘리트 주가는 여전히 약세이긴 하지만 하락폭이 점차 줄고 있다. 형지그룹의 경우 면세점 사업을 새로 추진하던 이것이어서 기존 사업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의 경우 16일 크게 하락했지만 19~20일 이틀 연속 상승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가 면세점 사업을 중단해도 전체 영업이익 훼손은 5% 미만에 불과하고 대안으로 신규 사업을 모색할 것”이라며 “주가 급락은 과민 반응으로 매도보다는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 5년짜리 시한부 면세점대신..'사후면세점' 커질까
☞ [특징주]삼익악기, 강세…면세점 한달 앞당겨 개점
☞ 면세점이 황금알 낳는 거위?…통념 비웃는 주식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