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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선 칼을 꺼내 들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은 ‘유명무실해진 동반위의 현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탐탁치 않아했다.
안 신임 위원장은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외국인투자옴부즈만 등을 지낸 정통 경제학자다. 학계에선 국제적 안목과 균형감각을 갖춘 인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산업계의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경제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안 위원장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감도 있지만, 규제개혁위원장을 역임한 인물이라 대기업 입장만 대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뿌리 뽑아야 할 규제로 인식한다. 지난 2011년 도입 때부터 찬반공방은 끊이질 않는다. 위원장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유장희 전 이대 부총장에 이어 안 신임 위원장으로 바뀌었지만, 논란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최근 전국경제인총연합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적합업종 지정이 해당 업종 내 중소기업의 성장성 지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반대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로 중소기업의 경영 성과가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냈다. 열악한 중기·소상공인을 위한 마지막 버팀목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시각이다.
안 위원장은 “적합업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제로섬(zero sum)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으로 봐야 한다”며 프레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립각만 세울 게 아니라 협업과 분업을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해 나가도록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골격을 동반위에서 세우면 살을 붙이는 것은 시장에 맡기겠다는 구상이지만, 적합업종 재지정·폐지를 두고 골이 깊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기준 마련과 금융기관·대형병원 동반성장지수 평가, 동반위 인력 및 예산확보 등 현안 과제도 산적해 있다.
안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현장을 찾아다니며 동반 성장을 위한 엉킨 실타래부터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의 ‘우문현답’ 현장경영을 통해 솔로몬의 해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정운찬 유장희 전 위원장들도 찾아내지 못했던 해법을, 신임 안 위원장이 발견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