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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와 정치 그리고 통계[이택수의 여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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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기자I 2025.11.03 05:01:21

야구와 정치의 공통점…연고·서열·통계 기반
야구 예측 모델 개발해 선거에 활용한 야구 팬도
지선 앞둔 한국, 통계 주목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야구의 계절이 막을 내렸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올해의 최고 팀을 가리는 포스트 시즌을 진행했고 LG 트윈스와 LA 다저스가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만나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한화는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우승 도전이라 이른바 ‘보살’로 불리는 한화 팬들은 물론 타팀 팬들도 ‘언더도그 효과’, 즉 동정심에 한화를 응원하기도 했다. 미국도 김혜성과 오타니의 LA 다저스, 그리고 류현진 선수가 한때 뛰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 간의 월드시리즈가 진행되면서 국내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야구는 정치와 다른 분야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지역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정치도 그렇듯 야구도 지역 대표성을 강조하는 ‘지역 연고제’ 때문에 팬덤 현상이 매우 강하고 팬덤의 영역구분이 명확하다.

가령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대구·경북이 기반이라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고 기아 타이거즈는 광주·전라도가 기반이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높다. 영남향우회, 호남향우회처럼 팬덤의 결속력이 강하고 무엇보다 지속력이 강하다. 한번 삼성 팬이면 계속 삼성 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한번 기아 팬이면 계속 기아 팬인 것이다. 선수들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팬들의 경우 친구가 밥을 사준다고 해도 응원 팀을 옮기지 않는다.

두 번째는 정기적으로 서열이 정해진다. 프로야구는 1년에 한 번씩,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4년에 한 번씩, 대통령은 5년에 한 번씩 1위를 결정한다. 1위와 2위는 엄청난 차이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는 정치와 야구 모두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정치는 지지율과 득표율로, 야구는 방어율과 타율로 대변된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야구가 정치보다 훨씬 복잡하다.

먼저 타격 통계는 선수들의 공격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그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타율(TA)이고 그 외에도 출루율(OBP), 장타율(SLG)의 지표가 있다. 투구 통계는 투수들의 방어력과 통제력을 평가하는 지표인데 대표적인 지표로는 평균자책점(ERA)이 있고 그 외에 9이닝당 볼넷 비율(BB/9), 9이닝당 탈삼진 비율(K/9) 등이 있다. 복잡하다.

그 외에 고급 통계로는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가중 출루율(wOBA),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 등이 있다. 이러한 지표를 보고 감독은 선수를 기용하고 FA는 몸값이 결정된다.

미국에는 야구 통계를 하다 정치 통계 전문가로 유명해진 네이트 실버(Nate Silver)라는 사람이 있다. 정치 분석 및 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의 설립자이자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신호와 소음’(The Signal and the Noise)이라는 책의 저자다.

본래 그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2002년 야구 통계 모델을 개발,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의 성적을 예측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스포츠 베팅은 물론 정치 분석에도 통계적 접근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8년 미국 대선 및 스포츠 예측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를 창립해 정치 예측 모델을 대중화했고 그해 대선에서 50개 주 중 49개 주의 승자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유명해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아예 50개 모든 주의 승패를 정확히 맞혔다.

자신의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그는 확률적 사고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을 강조한다. 데이터에 기반한 예측을 중시하되 데이터라는 것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소음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그도 예측에 실패한 적이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야구보다 정치 예측이 더 어렵다. 다른 나라와 달리 주별 승자독식 제도 때문에 득표를 많이 하고도 낙선하는 경우가 있으니 대통령 당선 예측이 야구 승패 예측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에게 ‘소음’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곧 지방선거 시즌에 돌입한다. 어느 정당이 어떤 통계로 승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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