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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만에 매대 텅 비었다"…일본 초토화 시킨 K뷰티[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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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기자I 2025.10.08 14:00:00

"하루에 두번 이상 매대 채워요"...日돈키호테 품절템된 K뷰티
K뷰티, 잡화할인점·면세점 진출
다양한 색상·제형 인기…입구에 매대 비치
현지 플래그십 스토어, 해외관광객 접점 확대
올해 일본향 K뷰티 수출액, 역대 최고치 경신

[도쿄=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지난 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잡화할인점 메가돈키호테 시부야점. 오전 10시 20분경 3층 화장품 카테고리존 담당 직원들이 한국 화장품 매대를 바쁘게 채우고 있었다. 메디큐브 매대를 채우던 직원은 “젊은 고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많이 찾으셔서 상품 매대가 자주 빈다”며 “하루에 최소 오전 오후 1회씩 채우는데, 더 빨리 상품이 떨어질 때도 있어서 수시로 매대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아누아, 메디큐브 상품 매대가 비어있는 모습 (사진=김지우 기자)
3일 일본 도쿄 메가돈키호테 시부야점 3층에 있는 롬앤 매대(사진=김지우 기자)
매장 내 한국 화장품 브랜드로는 에이피알(278470) ‘메디큐브’, 더파운더즈 ‘아누아’, 달바글로벌(483650) ‘달바’, 아모레퍼시픽(090430)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051900) ‘힌스’, 아이패밀리에스씨 ‘롬앤’, 브이티(018290) ‘VT’, 디와이디(219550) ‘릴리바이레드’, 구다이글로벌 ‘티르티르’ 등이 있었다. 이날 상품 매대에 빈 곳이 많았던 제품은 ‘메디큐브 PDRN 마스크 겔 마스크’, ‘아누아 어성초토너’, ‘토리든 클렌징폼’ 등이었다. 바로 옆 아누아 매대에서 만난 일본인 아야 마수다(24)씨는 “아누아 어성초토너를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여름에 산뜻하게 쓰기 좋았다”고 말했다.

3일 일본 도코 메가돈키호테 시부야점 3층에서 소비자들이 티르티르 매대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브랜드 단독 매대의 위치였다. 통상 유통업계에서 입구 위치는 고객이 매장에 들어올 이유를 만드는 ‘트래픽존(traffic zone)’으로 불린다. 이에 따라 입구엔 인기상품과 미끼상품을 비치해두는 경우가 많다. 이 매장에선 색조화장품 브랜드 ‘롬앤’의 4단짜리 화장품 단독 매대가 매장 3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입구 초입에 위치해 있었다. 롬앤은 볼에 바르는 물광 블러셔부터 글로시한 틴트, 마스카라, 아이브로우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었다.

맞은편 티르티르 매대에선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등 여러 국가의 소비자들이 상품을 체험하기 위해 멈춰 섰다. 다양한 색상을 구비돼 있어, 소비자들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살펴봤다. 티르티르는 4가지의 파운데이션 쿠션 라인을 취급하는 브랜드다. 그중 빨간색 패키지의 ‘마스크 핏 레드 쿠션’ 라인은 색상이 45가지에 달한다. 이날 티르티르 매대에서 만난 인도네시아인 우나(24)씨는 “작년부터 티르티르 쿠션을 쓰기 시작해 현재까지 3통을 비웠다”면서 “색상이 워낙 다양해서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하다. 10대부터 많이들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 위치한 데이지크 일본 플래그십 스토어. 이 매장엔 일본 현지인을 비롯한 해외 관광객들이 립, 섀도 등 제품을 체험하고 있었다. 데이지크 매장 직원인 리나 씨는 “지난 8월 오픈한 후 하루에 300~500명이 방문한다”며 “현지인 학생들이 주로 많이 방문하는데, 특히 립 제품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3일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 있는 데이지크 일본 플래그십 스토어 외부 전경 (사진=김지우 기자)
매장에서 만난 일본인 코하(21)씨는 “주로 색조 제품에 관심이 많아, 큐텐 메가와리 기간에 한국 화장품을 저렴하게 구매해왔다”면서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화장품을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됐다. 유리알 광택 제형과 흔치 않은 색깔의 제품이 있는 게 한국 브랜드의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에 마련된 K뷰티 체험공간은 외국인의 한국 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듯 했다. 립 제품을 체험하던 스위스인 모녀 실비(58)씨와 셔렐(24)씨는 “그동안 한국 화장품을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나가다가 매장이 예뻐서 들어왔다”면서 “일단 패키지가 귀여워서 맘에 들고 립 제품을 체험해보면서 한번 구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실비 씨는 “내년에는 한국에 가볼까 한다. 비빔밥, 떡볶이 같은 한국음식을 한국 가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한국 화장품도 구경해볼까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타국으로 떠나는 순간에도 K뷰티와의 접점은 이어졌다. 일본 나리타공항 내 ‘마수모토 키오시’ 면세점에는 티르티르, 롬앤, 힌스, 이니스프리, 미샤 등의 브랜드 상품이 놓여 있었다. 캔메이크, 엘릭시르 등 일본 브랜드 매대도 있었지만, 매장 방문객들은 한국 브랜드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처럼 현장에서 느낀 K뷰티의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14.9% 증가한 85억달러(한화 약 11조 9700억원)로 잠정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세 번째(점유율 9.6%)로 수출 규모가 큰 국가다. 올 1~3분기 일본향 수출액은 8억 2000만달러(약 1조 1500억원)로 전년보다 10.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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