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농사에 있어 국고채라는 금융상품의 메리트는 지난해 대비 떨어질 수 있지만 이번주 나오는 국발계는 발표하는 당국과 받아들이는 시장에 있어 중요한 내년도 첫 재료가 될 것이다.
발행당국은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는 만큼 시장에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늘어난 공급량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직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 이벤트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이에 추경이 미반영된 내년도 예산안 베이스 내달 공급량은 시장 컨센서스에 부합할 공산이 크다.
|
한 주간(16~20일) 한국 국고채 금리는 20bp(1bp=0.01%포인트) 내외 급등했다. 국고채 2년물 금리는 전주(지난주 금요일 오후 마감 고시 금리 기준) 대비 6.6bp 상승한 2.730%, 3년물 금리는 8.8bp 오른 2.629%를 기록했다.
5년물은 15.2bp 오른 2.775%, 10년물은 19.7bp 상승한 2.873%에 마감했고 20·30년물은 23.1bp, 23.4bp 상승한 2.793%, 2.723%를 기록했다.
상승폭이 20bp 내외로 비교적 커 보이지만 이는 결국 직전주 미국채 상승분을 한국채가 부랴부랴 따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초 한·미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가 178bp까지 벌어지며 원·달러 환율도 급변동했지만 현재는 160bp대까지 줄어들었다. 이같은 금리 움직임은 환시장에서의 변동성 축소 차원에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국채 금리는 주말 변동분을 포함해 한 주간 10년물 금리가 12bp 상승한 4.52%, 통화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 금리는 7bp 오른 4.31%에 마감했다.
주말 미장에서 미국채 10년물 금리 흐름을 볼 때 현 미국 기준금리 수준인 4.50%대라는 지지선은 비교적 견조해 보인다. 이는 스프레드도 그만큼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 중 하나다.
미국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 오르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이에 재차 떠오르던 물가 우려는 다시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국발계에 대한 소고(小考)
이번 주 국고채 시장은 주 초 1000억원 규모 국고채 5년물 입찰 등이 예정됐으나 공급 물량이 적어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한 운용역은 “이번 주는 사실 국발계 외에 볼 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내년도 국고채 발행과 관련해 1분기에 27~30%를 발행, 상반기 55~60%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0~50년물 발행 비중은 35% 내외로 발행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앞쪽 구간보다도 20~30년 양 장기물의 발행 비중이다. 앞선 운용역은 “현재 시장에서 보는 내달 30년물 발행 예상량은 5조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했듯 아직 대선 시기와 추경 규모 등 정치적 이벤트가 미반영됐기에 이번 발행계획은 시장에 충격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혹여 탄핵과 대선 이후 추경이 본격적으로 반영된다고 해도 시장의 신뢰도 차원에서 지난 3일 당국이 발표한 만기별 발행 비중은 유지하며 반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국발계는 미국채 금리의 둔화된 하방 속도와 대규모 발행량, 추경 우려, 30년물의 금리 역전 등을 감안할 때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이른바 ‘아트의 영역’이 될 전망이다. 내년 발행량 급증과 추경이라는 재료가 고질적인 커브 역전을 해소할 타이밍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내주만 놓고 보면 국발계 외에는 미국채 금리 흐름 말고 시장 변수는 딱히 없다. 해외에선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6%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우선은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의 매수세도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집권 시 약달러를 선호했다는 점은 미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