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구에서 만난 시민들의 민심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인천 계산시장 등 거리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마에 대해 말을 아꼈다. 큰 관심을 표시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호남향우회처럼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들은 이 대표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큰 정치인’이라면서 그를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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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런데 이재명은 소문이 좋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가 받고 있는 여러 재판을 얘기하며 ‘사법리스크’를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실제 이 대표는 여러 재판을 받고 있다. 오전 회의에 불참해야하는 등 당무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특혜의혹, 대선 기간 일부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 위증교사 의혹 등에 대한 재판이다. 지난 2일 부산 피습으로 이들 재판이 줄줄이 연기됐지만, 총선 컨트롤타워를 해야하는 이 대표에게 부담이다.
시장에 있는 다른 상인 김모 씨(60대·남)도 “원희룡과 대결한다는 데 아직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씨는 “주변에 물어봐도 ‘이재명’이라는 사람 반, ‘반(反) 이재명’이라는 사람이 반(半)이다”며 “계양구에서 민주당이 내리 당선됐지만,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찍지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계양을이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과거 전례를 바꾸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계양을은 2004년 17대 총선 때 ‘계양갑’에서 분구한 후 민주당이 단 한 번도 승리를 놓치지 않은 지역이다.
계산 3동에 거주하며 택시기사를 하고 있는 박모 씨(50대, 남)는 “경제가 좋지 않다보니 여당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 크다”며 “내 주변 사람들도 다 원희룡이 된다고 말하지만, 계양을은 한 번도 보수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정부 심판론에 대한 견해가 지역에서 더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보수당이) 만든 게 패착이었다”며 “이제는 정치력이 강한 사람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 호남향우회 김동선 계양지회장은 “지역구는 큰 사람이 있으면 안정되고 발전한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누가 나와도 (이재명과는) 게임이 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 전 대표가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사람들이 무조건 그에게 투표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김 씨는 “예전처럼 ‘가재는 게 편’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면서 “지금 시점에서는 민주당을 밀어줘 승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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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을 주민들의 반응이 미온적인 것에 대해서는 “아직 공천이 끝나지 않은 시점이고 선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총선이 다가오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이 대표의 지역 사무소를 둘러봤다. 다른 지역 예비후보들과 달리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국회의원 이재명의 지역사무소라는 것을 알리는 간판 정도가 덩그러니 있었다. 계산역에서 700m 떨어져 인적이 중심가보다 많지 않은데다 확장·이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가계약을 마친 사무소는 지금보다 시내 중심가에 가까운 곳에 있다. 계양역 교차로 주변으로 계양지역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지역이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사무소도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이재명과 원희룡의 대결을 뜻하는 ‘명룡대전’의 시작점이 계양역 앞 사거리가 되는 셈이다.
이 대표 본인도 이 대결을 피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8일 이 대표는 국회 기자단 일부와 갖은 비공개 차담회를 갖고 ‘인천 계양을’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 또한 지역사무소 관계자의 말처럼 “지역구 의원이 지역구에 그대로 나가지 어디로 가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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