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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판 대선 불복'…전임 대통령 지지자, 브라질리아서 폭동

박종화 기자I 2023.01.09 08:38:35

대통령궁·의회·법원 등 습격·파괴
룰라 "광신도, 모든 수단 다해 처벌"
대선 전부터 '부정투표' 음모론 제기
보우소나루, 폭동 관련 언급 아직 없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前)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폭동을 일으켰다. 현직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고 주장,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등 국가 핵심 시설을 공격하며 불복 시위’에 나선 것이다.

8일(현지시간) 보오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 내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 등에 납입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후 2시 30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며 대통령궁과 의회, 대법원 등 브라질리아 내 국가 주요 기관을 습격했다. 시위대는 처음에는 일상적인 집회를 벌였으나 참가자 수가 늘어나자 폭도로 변했다. 4000여명에 이르는 군중은 일부 건물을 점거·파괴하고 진압 경찰을 공격했다.

룰라 대통령은 질서 회복을 위해 연방 정부가 개입,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긴급 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브라질리아 도심을 24시간 동안 봉쇄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했다. 경찰은 오후 8시 현재 150여명을 체포한 상태다.

룰라 대통령은 폭도를 향해 “광신자들이 이 나라에서 전례 없는 일을 범했다”며 “법의 모든 수단을 다해 색출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 코헤이우 브라질리엔시 기자인 카를로스 데 수자는 영국 BBC 방송에 “어느 순간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됐고 말 그대로 의회에 난입했다”며 “그들은 선거와 법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폭동은 예고된 파국이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올해 대선에서 진다면 표를 도둑맞았기 때문일 것”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렸다. 그는 “필요하다면 전쟁에 나설 것”이라고도 말했다.

결선 투표 끝에 룰라 대통령이 50.9% 대 49.1%로 신승하면서 양 진영 갈등은 더 깊어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후임 룰라 대통령 취임식 때 전임자가 대통령 띠를 걸어주는 관례도 무시한 채 퇴임 직후 미국으로 향했다.

이번 폭동엔 보우소나루 내각 출신 인사들도 개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법무부는 이번 폭동과 관련해 대법원에 앤더슨 토레스 전 법무장관 체포 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그는 이번 시위가 일어난 브라질리아 치안 책임자였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그가 이번 폭동을 방조 내지 지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이번 폭동과 관련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일부 보우소나루 세력들은 이번 폭동에 선을 긋고 있다. 타르치시오 데 프라이타스 상파울로 주지사는 “폭력과 약탈, 시민의 권리 침해가 있다면 시위는 정당성과 당위성을 잃는다”고 말했다. 프라이타스 주지사는 보우소나루 내각에서 인프라부 장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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