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인근에서 13년째 양식당을 운영하는 황윤숙(62·여)씨는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지만, 졸업생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걱정해주는 덕분에 지금껏 버텼다며 울컥했다. 올해 2학기에는 대면 수업을 할 줄 알았다는 황씨는 “개강만 기다렸는데 이제 가게를 접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괜찮아지겠지’라고 한 게 어느새 벌써 2년”이라고 2일 답답한 감정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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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인근 대현동에서 18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미숙(56·여)씨는 “식당에서 맛있게 밥 먹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립다”며 “코로나19 이후 학생들 오는 게 하루에 손꼽을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로 가득해야 하는 가게 안에는 빈 테이블뿐이었고 배달 주문도 1개만 들어온 상황이었다. 멍하니 주방에 앉아 있던 김씨는 “배달비도 점점 올라서 주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 ‘없어지지 말고 오래 해주세요’ 하는 말이 힘이 돼서 버티기는 하지만 힘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단골 학생들 덕에 버텼지만 올해 더는 버티기 어려운 지경까지 내몰렸다는 반응이다. 숙명여대 인근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분식집 사장 서모(64·여)씨는 “8년째 운영하다 보니 졸업하고 결혼한 학생들이 가끔 찾아오는데 그럴 때 너무 반갑다”며 “개강해도 비대면이라 학생들이 없지만 백신 접종이 하루빨리 완료돼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말했다.
청파동에서 6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올해 초부터 백신을 맞기 시작했는데 왜 아직도 정상화가 안 되는 거냐”면서 “학교 앞 상권은 죽어나가라는 의미”라고 정부의 방역 조처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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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 가득하고 활력이 넘치는 대학가 상권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영업자뿐이 아니었다. 이화여대 3학년생 김모(25·여)씨는 “아무래도 코로나19라 가게들이 문을 많이 닫아 갈 데가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세대 4학년 A씨도 “학교를 오래 다녔지만 학생들이 많이 없다 보니 개강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신입생 때부터 찾았던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장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고령층이 백신을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20~40대 확진 비율이 높은 만큼 젊은 층 위주로 맞아야 한다”며 “대학교 상권은 아무래도 올해 말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대표는 “학교 근처 상권은 학생이 없으면 일반 자영업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영업자가 좀 더 마음에 편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