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36년간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 이력만 놓고보면 치밀함과 정확함이 몸에 밴 인물임에 틀림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 그는 “책을 읽을 때면 밑줄까지 쳐 가면서 읽는 편이다. 그래야 나중에 생각 나서 다시 책을 펼치면 한 눈에 요점을 알아볼 수 있고 시간도 아낄 수 있다”며 꼼꼼한 독서법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가 추천한 또다른 책들을 보면 그를 너무 단편적으로 이해했다는 후회를 갖게 된다. 사실 신 사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그림을 그리던 미술학도였다고 한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미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지금도 가끔씩 주말에 미술관과 화랑을 찾아가는 편이다. 그는 “보통 서양화를 많이 봤는데 이 책을 읽고선 한국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오주석의 한국의 美특강`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한 영자지 기자 출신으로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을 지낸 작가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했던 강의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그렇다보니 구어체로 된 문장에 다양한 그림과 확대본 등이 배치돼 마치 슬라이드를 넘기면서 강의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어 일으킬 정도다. 신 사장 역시 “그림은 기술적으로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느끼는 것”이라며 “다만 최소한의 감상법을 알고 나면 느끼는 폭이 더 넓고 깊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며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했다.
또 하나 그의 추천 서적은 유홍준 전 문화재 청장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다. 1990년대 중반 국내에 여행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시리즈가 개정판으로 나온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궁궐과 조선왕조의 문화유산을 다룬 서울편 2권이 새롭게 발간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책이다. 신 사장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번 가을에 우리 정원의 백미라고 하는 창덕궁 후원에 꼭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수십년 동안 살면서 서울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깨닫게 됐고 앞으로는 서울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곤 “국내 유적지를 소개하는 책 중에서는 이 책을 따라올 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이 책의 홍보대사를 자임했다.